지긋지긋할 정도로 포도주에 지식과 관심을 가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원찮은 현실의 소설가이다. 그는 이혼 후에 세상에 대한 덧 없는 의지를 그저 3년 동안 공 들여 쓴 소설의 출판을 기다리며 와인 속에 파묻혀 지내려 한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그에게 와인 투어를 시켜주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이 영화의 문이 열린다.
이 긴 소풍 중에 주인공은 많은 이야기를 겪고 만다. 그다지 좋은 일들만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절망감에 앞서 불쾌함과 짜증이 뒤 섞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친구는 기분 좋게 여행을 왔으면, 최대한 웃으며 즐기며 돌아가자면서 주인공에게 관심을 주는 여자와 함께 하라며 콘돔도 건내주지만 그는 전 부인만을 기억할 수 밖에 없어하고 이내 곧 다시 와인만을 들이키곤 한다. 품격도 있어 보이지만 갈수록 그렇지가 않다.
알렉산더 페인의 <사이드웨이>에는 바람직한 각본과 4명의 배우들이 연기한 진솔해보이고, 상황 속에 잘 스며드는 연기를 뛰어난 작품성의 이유로 꼽는다. 사실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바보같이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바람둥이의 행동이 같잖은 사고 방식을 선사한다며 조롱하고 지루한 여정을 바라보는 알콜의존성 이야기라며 쓸모 없어 한다고도한다. 그래도 그 소재와 본질을 보자면 이 영화는 풍경과 와인, 그리고 대사가 얼마나 재미있고 감상적으로 들릴지는 장르의 취미에 달려 있기도 하다.
<사이드웨이>에는 와인 이야기가 지칠만큼 끊임 없이 쏟아진다. '이 맛은 어떠하며, 또 다른 제품과는 차이가 있기도 하고 이러이러하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이 지루할만치한 이야기의 주인공만큼 한심해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는, 사랑과 또 다른 희망의 순간을 기대하는 메시지가 기가 막히게도, 와인을 곁들인 대사 속에 녹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