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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드웨이 (Sideways, 2004)

 지긋지긋할 정도로 포도주에 지식과 관심을 가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원찮은 현실의 소설가이다. 그는 이혼 후에 세상에 대한 덧 없는 의지를 그저 3년 동안 공 들여 쓴 소설의 출판을 기다리며 와인 속에 파묻혀 지내려 한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그에게 와인 투어를 시켜주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이 영화의 문이 열린다.
 이 긴 소풍 중에 주인공은 많은 이야기를 겪고 만다. 그다지 좋은 일들만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절망감에 앞서 불쾌함과 짜증이 뒤 섞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친구는 기분 좋게 여행을 왔으면, 최대한 웃으며 즐기며 돌아가자면서 주인공에게 관심을 주는 여자와 함께 하라며 콘돔도 건내주지만 그는 전 부인만을 기억할 수 밖에 없어하고 이내 곧 다시 와인만을 들이키곤 한다. 품격도 있어 보이지만 갈수록 그렇지가 않다.

 이 영화에는 삶에 대한 고달픔이나 뭘 했던 간에 어떤 부분에서만이라도 완벽하거나 모범이 되지 못하는 사람의 인간 극장이 담겨있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하루를 겪는 조용한 일들에서도 자신의 관심사와 희망을 찾기 위해 짧은 와인 여행을 하면서 일상적인 해프닝의 순간을 맞이하며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무언가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일지는 모르고 그게 악몽같았다면 최악의 여행일 뿐이이라.
 알렉산더 페인의 <사이드웨이>에는 바람직한 각본과 4명의 배우들이 연기한 진솔해보이고, 상황 속에 잘 스며드는 연기를 뛰어난 작품성의 이유로 꼽는다. 사실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바보같이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바람둥이의 행동이 같잖은 사고 방식을 선사한다며 조롱하고 지루한 여정을 바라보는 알콜의존성 이야기라며 쓸모 없어 한다고도한다. 그래도 그 소재와 본질을 보자면 이 영화는 풍경과 와인, 그리고 대사가 얼마나 재미있고 감상적으로 들릴지는 장르의 취미에 달려 있기도 하다.
 <사이드웨이>에는 와인 이야기가 지칠만큼 끊임 없이 쏟아진다. '이 맛은 어떠하며, 또 다른 제품과는 차이가 있기도 하고 이러이러하다.'는 이야기. 어찌보면 이 지루할만치한 이야기의 주인공만큼 한심해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 대해서는, 사랑과 또 다른 희망의 순간을 기대하는 메시지가 기가 막히게도, 와인을 곁들인 대사 속에 녹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