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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줄거리는 단순하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나치 치하의 프랑스라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언급됨은 물론이고 친절하게도 한스 란다의 말 몇 마디로 하여금 독일군의 홀로코스트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쨌든 영화는 히틀러라는 공공의 적을 중심으로 하여 그를 만나기 위한 두 가지 사건이 전개된다. 민족과 가족, 그리고 자유를 명분으로 복수를 목표로 삼는 여인과 그리고 이른바 "개떼"라 불리우는 종전과 암살 그 자체의 변태적인 승부를 내 던지는 세력이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이전 작품들 중 제일 비장미가 적어 보인다. <재키 브라운>에서 처럼 수 많은 도발이 보이지도 않은데다가 심지어 4시간 분량의 러닝 타임을 가진 <킬빌>시리즈 처럼 진지한 구석도 적고 고어도 절제되어 있다. (그렇다고 고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수준은 아직도 높다) 가장 실험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불타오르는 영화관에서 숨쉬기 조차 힘든 독일인들을 말살하면서 다리의 숨통을 조아오는 시한 폭탄이 모두 모여 있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그 어떤 과거의 영화처럼 홀로코스트의 개념과 은유를 반대로 소화해냈는데, 이를 생각하면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상황이 한정적이고 짧기에, 즐기기에는 쉽지가 않다. 또한 그 이전의 복수가 담긴 모든 영화처럼 앙갚음의 심정을 묘사하는 칼을 가는 장면 역시 포함되지 않는다. 그 만큼 이 거칠고 짜릿한 장면들이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기보다도, 재미있다는 표현 밖에는 더 이상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타란티노는, 열심히 떠들고, 다 죽여버린다.

 이제는 익숙한 영화의 긴 대본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텍스트에 의지하겠거니 하면서도 그 사이에 보여주는 사투리를 남발하는 브래드 피트나 다이앤 크루거가 보여주는 일말의 복수, 두 손발 걷어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 주시는 일라이 로스를 보면 이는 헛소용일 것이다. 추가로, 크리스토퍼 발츠의 괴물같은 연기력은 이 영화의 흥미로운 키워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