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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엘라의 계곡 (In the Valley of Elah, 2007)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대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대부분이고 주로 사건과 사고라고 부른다. 이러한 문장을 조목조목 따지려는 것은 가장 쓸 곳 없는 짓이다. <엘라의 계곡>을 볼 수록 관객은 무언가 한참 잘못되어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폴 해기스는 수 많은 사건을 관객에게는 제 3의 시야로, 극중 인물들에게는 너무나도 주관적인 입장의 행동으로 하여금 표현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 같다. 그가 지금까지 각본을 쓴 영화만 해도 한 두편은 아니지만 그가 스스로 조심스럽게 감독을 한 작품은 데뷔 작인 <레드 핫>을 포함하여 3편이었다. 그 중, 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고 남우주연상을 타게 된 토미 리 존스 주연의<엘라의 계곡>은 폴 해기스의 <크래쉬>이후 유일하면서도 최고의 수혜적 작품이다.
 영화는 멀지 않은 사실의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라크 파병 후 귀환하지 않은 아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절대로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던 아버지는 아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알 수 없는 사건들을 파헤치며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를 수록 비보를 예상케만든다. 아들에 대한 믿음이 컸으며 아들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차갑게 돌아온 아들의 주검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었다. 첫 번째 아들 역시 잃고 두 번째 아들마저는 자신 처럼 명예로운 군인이 되기를 바랬음을 아버지는 믿었지만 첫 번째 아들의 죽음이 그의 어리석은 용맹과 신념이었다고 부인은 원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멋진 아들을 보고 싶은 바람이었는지 몰라도, 아들에게 가르친 어떤 정신적인 멘토가 그러한 상황에 부딪치고 말았던 것이다.
 <엘라의 계곡>의 전개 방식은 매우 수사적이고 조용한 방법을 택한다. 특히 아버지이자 전직 군 수사관이었던 토미 리 존스의 인물은 매우 지능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방법을 모색해나가면서 비밀을 파해친다. 다만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는 것은 무결하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과 국가라는 상황 속에서 아주 사소할지도 모르는, 이 잔인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인 것 같다는 점이다. <엘라의 계곡>의 토미 리 존스의 수사 방법을 보면서 반대로 거슬러가거나 더욱 먼저 나아갈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되던 간에 지친 상황의 종점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그 상황이 말도 안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 뿐이다. 전쟁과 국가와 개인은 스스로 말도 안되는 사태로 몰고 가는 것 뿐이다. 그 예전부터 그랬 듯이 폴 해기스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