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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서스페리아 (Suspiria, 1977)

 다리오 아르젠토의 이 파격적인 오컬트 공포 영화는 시작한지 15분도 되지 않아 압도적인 공포적 시각 흥분 효과를자랑한다. 특히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고딕 양식의 높고 거대한 천장의 유리가 깨지면서 핏빛 소음은 압도적인 시각 효과는 더도 말할 것이 없을 정도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인 <서스페리아>. 이 영화가 더불어 아르젠토가 고전 공포 영화에서 추앙받는 이유는 바로 추리하기 어려운 구성보다도 앞서 말한 영상과 음향 효과 그리고 매우 선명한 핏빛 자국 덕분일 것이다.

  예상한 것과는 달리 <서스페리아>는 그다지 치밀하거나 완성적인 구성에 미치지는 못한다. 이 영화가 전체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보다는 그 배경이나 공포 요소들이 그 자체로써 불온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멋진 세련미를 보여준다. 샘 래이미보다 더욱 일찍 깨우친 이 컬트 영화는 <이블 데드>의 탄생 등 수 많은 괴기 영화의 시초가 된 셈이다. 소름끼치는 악마의 웃음 소리나 목 매단 시체, 붉은 취침등이 비춰지는 넓은 공간 너머에서 보이는 사람의 신음 소리, 그리고 건물 위에서 떨어지는 수 많은 구더기 떼들 등 이 영화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실제로 전해져 내려오는 학교 괴담처럼 이 영화는 사실이나 불안 요소등을 실제화시키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교장 선생의 정체나 무용 학원 기숙사에서 일하는 집사나 교사들을 보노라면 더욱 이상하기 짝이 없는데 이 발화된 불안감에서 실제로 보는, 그것도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파격적인 형태로 목격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묘한 쾌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시각적인 충격 외에는 그다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여담이지만 논란이 되었던 영화 초반의 유령이 보이는 사고 영상의 논란을 제외하면) 배우가 연기를 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용 전체가 짜임새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불온한 요소만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악몽 속에 빠지게 하는 <서스페리아>는 구성의 빈약한 비율을 영상적인 충격에 투자하여 이후 실현 불가능한 실제같은 꿈의 세계를 체험하는 듯한 공포 영화들을 탄생시키는데 큰 동기 부여를 시켰다. 무엇보다도 <서스페리아>는 아르젠토는 텍스트보다도 그 자체의 경험을 통달하는 듯하여 스승인 마리오 바바보다도 비범하고 세습적인 양식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