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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페이백 (Payback, 1999)

 복수는 차가울 때 먹는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누군가 말했으리라. 이것은 비로소 차가워야 먹을 수 있는 냉혹한 음식이라 덧붙여 그는 말한다. 복수극에 대한 짜릿한 설명은 그 반응에 대한 내용이다. 비록 그 도를 넘어서 또 다른 복수를 낳는 후담들이 수 없이 등장했을지 몰라도 <페이백>은 그 시기보다는 이를 때 등장하여 하나의 복수로만 일단락 시켜 큰 재미를 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단순히 원한으로 시작된 복수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무식하게 멋진 영화다. 그러나 그 어떤 복수극보다 준비 없는 주인공을 내세운 <패이백>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액션과 방법이 보이지 않는 둔기와도 같다. 앙갚음을 보여주는 연민이나 자비 없는 행동은 그 동기가 타당해야 보는 재미 역시 강해진다는 것은 이 영화를 두고 하는 소리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재미 있는 작품 중에 하나다.



 표백된 영상은 도시의 변두리, 거리, 여관 등 그 어디도 이 세상의 장소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이 매우 차갑게 표현한다. 영화는 내내 인물의 행동에만 집중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무식할 정도로 차분한 느낌의 영화다. 카메라는 매우 느리고, 거의 배우의 표정이나 행동에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많은 도시의 중심에서 몇 되지 않은 인물들의 행적은 묘연하다. 시간이나 장소는 의미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페이백>은 관객이 필요로 하는 그 '무언가'는 적어 집중하기에 매우 편한 영화다.

 당시 인기를 주도했었다면 <페이백>은 적어도 멜 깁슨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큰 지지를 얻었을 것이 틀림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리 큰 성적을 보장하지 않았다. 후에 비디오 영화로서 액션 영화 팬들에게는 이 영화는 기억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적절한 편집 (멜 깁슨이 마음에 안들어서 감독을 바꿨긴 했지만)과 깔끔하고 정돈된 시나리오가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악당으로 등장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나 윌리엄 드베인처럼 멋진 배우가 나왔던 것이 놀라울 정도로 잘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영화다. 여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대부분의 액션 영화와는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세련된 주인공의 행동 면모는 물론 난잡하지 않고 똑 부러진 액션 장면이야 말로 영화는 가장 안정된 복수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