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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코미디 영화인 덕분에 <좀비랜드>는 매우 가벼운 좀비 영화로 익숙하다. 인간이 좀비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을 때 살아가야 할 방법같은 철 없는 내용이 즐비한 이유로, 이 소재를 이용한 새로운 장르의 개척은 너무나도 허무하다. 연대기도 길고 비슷한 작품도 많기 때문에 완전히 뻔한 전개를 유도하거나 좀비처럼 반 쯤은 정신 나간 내용도 많다. 문제는, 이 영화가 미국 코미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좀비 영화들의 답습적인 오락적 특징을 계승해서 교육시킨다거나, 개그 소재로 잘 삼아 응용하곤 하지만 그만큼 가벼운 조건에서 시작한 덕분에 후반부는 특히 스스로 고리타분한 길로 걸어가고 있다. 아무도 없는 놀이 공원으로 가는 두 여자 주인공의 행동은 어째 <시체들의 새벽>보다 훨신 비현실적이고 억지에 가까운 단순한 코미디적 구성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좀비가 죽어나가는 장면들은 실제로 무식하게 비현실적 잔인함과 쾌감적인 시각 효과만 추구하는 요즘 영화 세대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다. 애써 조지 로메로가 싫어하는 것같이, 관객은 많이 부풀여지는 것보다도 최대한 가볍고 단순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감독들은 이 장르를 그 점에서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그럴싸한 내용은 많지만, 훌륭한 부분은 없는 수준. 코믹에 중점을 두고자 해서 그런지 액션도 매우 산만하고 특징이 없다. 특히 배우들의 역할 비중이 상당히 고려되어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우디 해럴슨의 캐릭터 특성이 너무나 강한지라, 엠마 스톤과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영화에서 필요하거나 가볍게 해주는 하나의 또 다른 재료에 불과해보인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살만할 곳을 찾기도 하고 언젠가는 분명 죽거나 공격 받는 것이 뻔한 이유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다지 영화를 좌지우지할 목적의 빈약함이 보이곤하는데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에서 있는 것 같고 그만큼 몰입도 되고 상당히 재미있다. 인물들이 계속해서 '사소한 것에 만족하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들은 들른 한적한 기념품점에서 어린 아이처럼 무엇이든지 던지고 부숴,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듯한 행위를 마음껏 발휘하며 또 다른 가상의 해소감을 만끽해준다.
<좀비랜드>는 심지어 좀비 영화의 필수적인 주제인 근친 살상에 대한 조롱도 있다. 또한 주인공은 4명이라는 극 소수의 인원으로 가장 흔한 주제를 코미디로 꾸며낸다. 영화에서 말했 듯,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여전히 사소함 그 자체에 보편적 소재를 둔다. 그런 만큼 살육장면도 단순하고 젊은 세대가 찾는 좀비 영화답다. 굳이 다른 절단 도구가 있음에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과 막상 사용해도 그 장면을 철저하게 가리고서는, 무조건 산탄총만 가지고 김 빠진 파괴력를 추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