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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트러블 (Big Trouble in Little China, 1986)

 여기서 존 카펜터는 미국의 괴기 판타지가 아닌, 중국의 판타지를 주제로 한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를 만드는 시도를 하게 된다. 대부분 존 카펜터 작품은 괴작을 벗어나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뭐 어쨌든 서양인의 시각에서 가장 중국적인 어드벤처 판타지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주제를 벗어나는 등 어려운 난관에 부딪칠거라는 우려도 했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존 카펜터는 무려 커트 러셀과 4개의 작품을 같이 찍었는데 그가 존 카펜터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맡은 영화의 갯수와 같을 정도로 그 감독은 커트 러셀을 좋아한다. 장르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연기한 캐릭터의 역할은 비슷하다. 몸도 다부지고 강한 이미지인지라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익숙하다. <빅 트러블>에서는 어느 버디 영화와 유사한 방법으로 중국인과 함께 주인공을 연기했으며 훨씬 가벼운 연기를 하게 된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브렌든 브레이저의 전 세대 같은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다.

 <빅 트러블>은 사실 정신 산만한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만난 2명의 여자 주인공이 차이나타운 어딘가로 납치됐는데, 그녀들을 구하러 두 주인공들이 추적하지만 차이나타운의 지하 세계는 그들이 알고 있는,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곳에서 두 남자는 여자 주인공과 결혼하려는 악당들을 저지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한 간단하게 서술하자면 그냥 남자 주인공이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어 여자 주인공들을 구해내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영화는 훨씬 복잡하고 정신없게 꾸며져있다. 중국 신화나 판타지에 아이디어를 착안하다보니 동양적 사후세계와 부활, 마술같은 특이한 장치들이 여기 저기 뿌려진 덕분에 적어도 미국 판타지, 호러같은 느낌은 적게 든다. 오히려 중국 인물에 대한 초인적인 능력이 과장될 정도로 꾸며지다보니 이 영화 속의 백인 남자 주인공은 별 실속 없어 보인다. 워낙 가볍게 꾸며진 코미디 어드벤처여서, 전개의 방식도 우연이나 억지에 의존하는 경향도 꽤 보인다.

 과장된 액션이나, 중국 흑마술의 언급, 동양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꽈배기 같은 구조의 전개 스타일, 특수 효과와 전투 장면들이 터무니 없지만 홍콩 영화나 중국 비디오 영화에 익숙하다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영화 속 배경이 작은 중국으로 변하는 순간 이 영화는 단순히 흔해 빠진 미국 괴작으로 불리기에는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영화 제목과 포스터는 그만큼 이 영화가 어떨 영화인지 짐작하게 해주는데 정말 도움이 잘 될 정도. 다만 너무나도 가볍기 때문에 이 영화에 작품성을 따지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