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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샤이닝 (The Shining, 1980)


 잭 토렌스는 교사 일을 그만 두고 작가 생활을 하기 위해 겸사겸사 부인 웬디와 아들 대니와 함께 아주 외딴 눈 덮힌 겨울 산속의 호텔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된다. 일단 영화에서 제시되는 공간적인 조건은 호텔이 매우 넓고 비수기로 인한 휴업으로 잭과 그의 가족 외에는 아무도 호텔에서 거주하지 않는다. 또한 거의 외부와의 통신이 라디오 방식 외에는 방법이 없으며 또한 주변 산속은 매우 깊고 어두우며 눈으로 덮혀있다는 점이다. 글로 설명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먼저 감상한 자의 시각적인 인식을 흡수시켜 최대한 그 때 느낀 비슷한 공포적인 심리에서 비추어서 설명되긴 한다. 어쨌든 이 호텔의 전설은 지금까지 휴업 시즌마다 호텔을 맡아왔던 관리인들이 비록 자원해서 일을 하긴 했지만 공간적인 고립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텔 관리인은 경고를 한다. 잭은 분명 자신에게 딱 좋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잭과 가족들은 이상한 것을 보거나 불만에 처하기 시작한다.

 미국 역사상 수 많은 공포 영화들이 그 소재로 '귀신 들린 집'을 바탕으로써 사실적이거나 혹은 소재 자체로써 공포에 도움이 될만한 밑바탕이 되고는 하였다. 스티븐 킹의 원작인 <샤이닝>은 어떻게 보면 영상과 전반적인 연출이 개성을 뛰어넘은 완벽함을 자랑할지도 모른다. 공포의 경향이 오락에 주목시키는 것보다 더욱 무서울지도 모른다. 사실, 껍데기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이 영화 속의 공포의 성장은 무시무시하다. 정말 이것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스티븐 킹은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샤이닝>의 공포를 짧게 포현하자면 '어디서 스며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연기'같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보는 사람을 완전한 두려움을 유발시키기 보다도 그 문제는 패닉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사건의 인과와 대사의 중요성이 수준 높은 관객을 스스로 어렵게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많지 않는 대사와 더불어 중간 중간 나타나는 말도 안되며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관객 스스로 또아리를 틀게 한다. 일단 대부분의 장면은 이해할 수 조차 없으며 그렇다기 보다도 그 이전에 남겼던 대화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리하는 것도 무의미하게 만들정도로 다음 장면들이 위험하다. 특히 이 영화의 잭 니콜슨은 가장 거대하고 괴물같은 연기를 해냈다. 샤이닝의 유일한 단서인 어린 대니도 그렇고.
 난해하고 불확실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이 공포 영화를 스티븐 킹에 대해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눈과 콧속으로 순수한 공포만을 여과시키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접할 경우에는 이 영화 자체를 공포라고 대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 정도로 <샤이닝>을 해석할 필요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학에 대한 어떠한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보다는 스티븐 킹이 소설에서 표현하는 감정이나 이상 상태를 영화로서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았더라도, 스탠리 큐브릭은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절대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이 영화의 특징은 여기서 비롯된다. 대개 잘 만들어진 영화는 관객 스스로 흔들리게 만든다고 할 수도 있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크게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허나 감독이 창출시키는 쇼트와 연출이 관객에게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인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

 수도 없이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세계에서 언급되어져 가고 당시 논란도 많았던 <샤이닝>은 스티븐 킹과 스탠리 큐브릭의 아성이래 이렇게 완벽한 심리 공포물은 없다고 평가된다. 비록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고 막혀 있는 상태에 관한 작은 이야기"라고 아주 짧고 굵게 표현을 했지만 이 전달력이 오히려 영화의 심리적인 공황 상태를 유도시키는데 영향을 주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