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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1971)

 이스트우드의 초기 감독작을 보면 어디선가 어설픈 부분도 느껴지지만 그의 작품에는 예나 지금이나 분명히 감정 전달이 탁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의 모습이 감독으로서 빛을 바라지만 더티 해리 시절 그의 카리스마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짜릿하다.
 이 작품이 약간은 과대 평가 되어졌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그 이전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주목을 받아서 였는데였다가 또한 그 해 그는 더티 해리로 큰 주목을 받아서이다. 그의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빛을 바라는 이유와 같다. 결국 당시 그의 이름을 걸었건, 지금 그를 되돌이켜봐도 영화가 극찬을 받을만한 조건이 앞 뒤로 충분해서였다는건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스트우드가 가진 재능을 무시하는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그가 주는 심리적인 효과는 아주 이르게끔 이미 탁월했고 거기에 여러 장면 묘사를 시도함으로서 초기 자신의 감독적 재치를 시험해보는데는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영화는 바다가 보이는 절벽 위의 집에서의 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유쾌한 음악과 함께 차를 몰며 그는 어디론가 시원한 느낌으로 출근을 한다. 이스트우드는 작품 속에서 섹시한 목소리의 라디오 DJ로 등장한다. 마이크 앞에 있으면 라디오 DJ의 삶을 보여줄 때의 관객의 분위기는 0에 가깝다. 그러나 자신에 집착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어올 때가 되면 심하게 요동치듯 긴장감이 감도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하고 있을 때의 그녀의 행동은 점점 0과 멀어진다. 밤부터 새벽까지는 젖어드는 목소리의 라디오 DJ의 모습과 점점 망가지는 편안함을 불안감으로 변질시켜 기분상으로 봤을 때 편안함과 불편함을 잘 분리시켰다.
 이 영화에 가장 큰 장점은 DJ와 그의 집을 자기 집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는 스토커 사이의 서스펜스였다. 영화 속에서의 그녀의 행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을 때면 이성을 잃고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고 식칼까지 휘두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제가 잘못했어요."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악마가 살듯 집착 이상의 심각한 행동을 선보인다. 결국 이런 부분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도 이런 사건을 가끔씩은 접할 수 있는데다가 정신병리학적인 해석이 가장 납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러닝 타임 내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반면 필요없는 대화가 많기 때문에 초반부는 피곤할 정도이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몬테레미안 재즈 패스티벌의 실제 장면까지 넣어 복잡하고 혼란스러움을 다시 유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그 부분에서 음악은 정말로 좋았는데, 그 실황을 영화 속에 넣은 장면을 계속 멍하니 보고 있자니 굳이 그렇게 길게 넣을 필요가 있었나 생각이 들기는 했다.

 덧붙여 나는 후에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다시 더듬어보았을 때 매우 불쾌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 속 범인이 표현하는 무시무시한 집착에 대한 설명은 이미 주인공이 스스로 겪는 것 만큼 관객도 그대로 전달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