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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The Midnight Meat Train, 2008)

 공포 영화가 예전만하지 않는 이유는 깔끔한 화질 혹은 장르적인 분야에서 많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심하게는 '공포'라는 단어는 '무서움'이 아니라 '놀라움'이 된 듯.
 분명히 옛날 영화는 무서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특징은 화질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보면 비디오 시대에는 선명하지 않는 화질 속에서 등장하는 귀신이나 고어 장면은 집중을 통한 시각효과를  더욱 자극시키는 것 같았다. 내가 어렸을 때 본 <사탄의 인형>이나 <도플갱어> 심지어 <터미네이터>의 강철 해골의 추격 장면은 지금 보다 몇 배로 더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러다 관객의 수준은 높아만지고 점점 생생한 화면만을 구사하다보니 더 이상 공포 영화는 잔인함을 통한 시각적 효과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서 슬래셔 필름의 방향은 허셀 고든 루이스가 추앙받는 이유처럼 변장한다. 그렇게 점점 많은 사람들은 슬래셔를 더 이상의 시작적 흥미로 보질 않으려고 하는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보기 드물게 이 영화는 내가 근래 본 영화 중에 공포심을 겪은 몇 안되는 작품이다. 지하철이 종점에 다달았을 때는 가히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대부분 알다시피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을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국내에서는 보통 피의 책이라는 제목의 책 속의 한 편으로 등장하는데, 어쨌든 고어 영상 자체가 3D라는 점이 눈에 확 튀긴 했지만 의외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 흥행 실패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을만한 원인인 캐치프레이즈였는데, 그게 이 영화의 겉모습을 단순한 스릴러로 변질시켜버렸다. 예를 들어 범인의 행동이나 심리적인 묘사가 다인양 영화를 광고하고자 하는데, 원작에서도 이런 특징이 드러나긴 하지만 소설이나 본 영화에서나 보여주고자 하는 결정적인 공포 묘사는 사람의 신체를 고기처럼 표현하는데 있어서 촉각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쨌든 사실적이지 않느니, 깬다는 반응이 나와버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새벽에 아무도 없는 사이 지하철 속의 사람들을 살육한다는 설정인데 이 점은 클라이브 바커의 몫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 자체에서 자정이라는 시간을 강조했다는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 공포를 극대화 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단지 지하철에 사람이 없다는 걸로 자정의 분위기를 내기에는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다만 기타무라 류헤이는 원작의 공포감을 더욱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었는데 그 점은 원작에 충실에 따라간 느낌이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직업을 달리 특별하게 보여주지 않고 지하철을 타다가 도살 장면을 발견하는 설정으로 되어있어 독자가 도망치는 자의 심리나 행동의 입장이 되도록 설명해준다. 반면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사진 작가로 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 점이 영화 전개를 매끄럽게 해줬지만 결정적으로 큰 맹점이었다. 대중의 반응이 갈린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영화는 거의 마호가니를 쫓아가는 주인공 레온의 행동에 집착하게 만든다. 이 부분에서 레온은 어둠 속의 도시에 관심이 많은 사진 작가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탐정같은 사람으로 변모된다. 그리고 영화는 문제에 닥치게된다. 이 영화는 스릴러일까, 단순한 공포일까?

 3D 도살 모습은 정말로 대담하고 짜릿한 흥분을 가져다 주었다. 망치가 두개골을 강타하는 장면 역시 압도적이다. 한 마디 없는 살인마역을 맡은 비니 존스의 거대함 덕에 더욱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었고, 원작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그는 고기가 먹히기 쉽게 이빨, 털을 깎아준다.

비니 존스가 안 웃기 때문에 이런 역을 맡은 건 아니다. 단지 그는 예전부터 이런 강한 이미지를 타고 났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영화는 결말이 중요하지만 그 결말까지 도착하기에는 다소 어긋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소설에서는 만행의 정체를 설명해주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 이유를 끝까지 설명하지 않고 미스테릭한 부분만 남겨줘 잘 이어져만 갔던 흥미의 연속이 결국 흐릿해진다.
 반면 이 좋은 화질에서 보여주는 살육 장면처럼 이제 마치 <호스텔>같은 영화에 익숙해져야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게 사실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