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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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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우리 나라에서 전문가의 견해를 제외하고는 많은 007 팬들이 이 영화에 대해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알다시피 골수 팬도 많고 세대별로 끊임 없이 개봉하다보니 70,80년대에 개봉한 시리즈들은 그 당시 관객들에 입에 맞게, 피어스 브로스넌이 등장한 시리즈들은 블록버스터가 대세다보니 볼거리에 치중하는 등 세대의 경향에 따라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중 피어스 브로스넌이 등장한 시리즈는 대부분 규모가 엄청났다. 뭐, 예전에는 문레이커처럼 큰 규모로 등장했다고 해도 그 때에는 그저 신선했지 규모가 거대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90년대 이후에 등장했던 작품들은 예전처럼 영화들이 내내 즐겁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알게된 의외의 사실은 바로 마틴 캠벨이 감독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전에 골든 아이도 감독을 맡았다. 다른 사람들은 골든 아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골든 아이를 보기 전에도 싫었고 볼 때도 재미있게 보지 않았다. 팜케 얀샌이 맡았던 악역 이미지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자주 등장하는 러시아군은 지긋지긋해서 그랬나보다. 그러나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리고 멋지다보니 보게된 영화였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카지노 로얄은 정말 재미있었다. 어나더데이가 아무리 최악의 결과를 거뒀을지라도 피어스 브로스넌만큼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언제나 그가 등장을 할 때 쯤이면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에 익숙한 팬들은 이 영화를 접하니 반응이 시큰둥했다. 일단 피어스 브로스넌 대신 다니엘 크레이그가 등장하였고 007의 이미지로는 다소 호응을 받기 어려운 첫 인상이었다. 나 역시 다소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껍질을 벗겼을 때 조차 그랬다. 어 짧은 위트조차 찾을 수도 없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피곤하다고까지 했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 이 영화의 제목을 보면, 67년 작품과 이름이 똑같다. 원래 이안 플레밍의 첫 작품이 이 영화였는데 그가 사망하자 유가족들이 미국에 판권을 넘겨버려 삼류 코미디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그 영화는 유별나게 카지노 로얄에 대한 저작권 때문에 당시 공식적인 영화 제작사인 이온프로덕션이 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그 작품은 숀 코네리도 출연하지 않았고 웬 우디 앨런이나 장 폴 벨몽도 처럼 당시 비싼 스타들이 출연했고 내용도 말한 것 처럼 코미디로 비틀어놔서 쪽박을 찼던 것으로 유명했다. 사실 이외에도 007이 상당히 저작권면에서 문제가 많이 꼬이기도 해서 유명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은 유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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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시간이 갈수록 007 시리즈의 매력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오래간만에 등장해서 골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여러 설정을 적용하는 영화같은 007은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등장했다. 90년대까지는 길어봐야 3년의 공백을 거쳐서 등장했으며 90년대는 최초로 가장 긴 공백을 거친 6년만에 피어스 브로스넌이 바통을 잡아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007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피어스 브로스넌을 매우 좋아하지만 막상 언리미티드부터 난잡한 구성에 볼거리만 보여준 영화라고만 느꼈다. 그리고 어나더데이는 많은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으며 결국 중단의 위기에 놓였다. 
 이 영화를 볼 때에는 마틴 캠벨이 감독이라는 사실을 몰라 아무 생각 없이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소 혐오적이었다.생각해보니 액션 씬이 볼만은 했지 긴장하거나 두근거릴 정도로 짜릿하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재미있었다. 알게 된 사실이 바로 이 영화의 각본을 폴 해기스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폴 해기스도 스토리를 만드는 데 있어 천재적이라고 생각했고 이 영화로 그 생각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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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전후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비추어보면 현대의 세계적인 문제를 이슈로 이용하여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래서 블록버스터의 느낌이 살아있었는데 이는 그 이전에 007 시리즈가 아무리 내용상의 규모가 크더라도 첩보물이라는 스타일에 맞게 그 맥락을 유지했지만 어느샌가 그 틀이 깨져버렸다는 문제점을 일으켰다. 카지노 로얄은 그 문제를 다시 보정하는데 성공하였다. 액션 장면 자체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박하거나 긴장될 정도는 아니었다. 
 007의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궁극의 적을 코 앞에 두면서도 몇 번씩 잡혔다가도 안간힘을 내 인간적이되 매우 지능적으로 장애물을 벗어나는 본드, 그 이후에는 마지막 한발의 총알 혹은 대폭발을 통해 장대한 마무리를 벌여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카지노 로얄>은 이미 말했듯이 본드가 첩보원으로서 승격을 하는 시기부터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로 다소 우울한 면이 돋보인다. 액션 씬은 뭐 그렇다고 치고 내용 구성은 정말 탄탄하고 몰입도가 뛰어나다. 내용 구성만 따져도 2006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보기엔 충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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