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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추격자 (The Chaser, 2007)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매우 친숙하고 자극적인 소재인 "엽기적 연쇄 살인극"에 대한 소재로 파격적인 지지를 얻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개봉 이후에도 거의 오랜 시간 동안 후 폭풍과 작품 자체는 물론 출연한 배우들까지 그 해 모든 상들을 휩쓸어간 대단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도 그 당시에는 이 영화를 보고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시킨 하정우와 그를 짓밟 듯 (영화에서는 진짜 짓밟았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는 김윤석을 보며 감탄에 젖어버릴 정도였다.
 보통 이 시기에는 국산 스릴러 물이라고 해도 형편 없는 작품들만 나오곤 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썼다고 해도, 영화의 재미보다도 그 연기력에 호소력을 강조시키는가 하면, 쓸데 없이 분위기만 잡고서는 어리바리한 구성으로 끝내버리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추격자>는 내내 끊임없이 사흘의 추격담을 두고 있다. 그 중점이 되는 캐릭터 엄중호는 크게 비춰지고 있다, 그가 현역이었을 시절에는 확실히 형사 노릇을 하지 않는 부패에 쩔어있는 인간이었지만 오히려 은퇴 후 지영민과의 연루되었을 때가 되자 그 어떤 형사보다 뛰어난 육감을 발휘한다. 뛰어난 수사 실력으로 지영민을 잡게 되지만 그가 형사가 아닌 상태에서 증거를 은폐한 살인마를 폭행했다는 일 덕분에 그를 놔줘야만 했다. 엄중호는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와 시신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이동을 한다. 이 전체 모습을 배우 김윤석이 해낸다. 정말 괴물같은 배우다. 시실리 2km, 범죄의 재구성, 타짜로 나는 그 배우를 보았다. 아주 짧게 등장하거나 길게 등장하지도 않는 배우였다. 나는 '그래도 저런 사람이 조연의 몫을 해낸다.'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올해 초에는 주연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항상 왜 저 멋진 사람이 아침 드라마에 나왔어야 했을까? 하면서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주인공인 그가 영화 내에서 하루가 넘도록 잠도 못자는 것을 표현을 했는데 어찌나 그게 와닿았는지 모른다.

 하정우 역시 연쇄살인마의 역할을 잘 표현했다. 다만 그 모습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방법은 뚜렷하진 않지만 자신이 살인은 했되 굳이 창살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 본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안 팔았는데.. 죽였는데.."라며 다소 비장한 웃음을 짓는 모습, 그리고 살인을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본능적인 전문가라는 것을 가르쳐주듯 망치를 들고 도살하는 모습 또한 대단하다. 그만큼 그 두 인물에 종일 집중하는 것은 피곤하지가 않다. 다소 내용 상에는 엄중호가 유리한 조건으로 범인을 잡지만 지영민 또한 그리 불리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은 역시 엄중호이다. 주인공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그 캐릭터를 김윤석이라는 사람이 묘사했다는 점이다. 추가로 말하자면 이 모든 이야기가 엄중호라는 캐릭터로서 벗겨낼수 있는 직감 그리고 파워는 그가 전직 형사였다는 설정에서 완벽하게 될 수 있었다. 만약에 그가 다른 직업이었다면 이야기에는 옥의 티가 수도 없이 존재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직업 설정의 탁월함은 이 영화의 강한 장점 중 하나이다. 또한 포스터에서는 그 또한 잔인하고 자비없는 남자처럼 보이는데 막상 영화를 보게 되면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다. 그가 잔인해질 때에는 오직 사람을 때리는 장면에서만 나온다.

 이 영화의 감독인 나홍진 감독은 클라이막스인 집 안에서 망치를 들고 서로 죽이려는 장면을 상당히 신경썼다고 한다. 최대한 카메라가 절제된 상태에서 찍었고 그 장면 또한 불켜지지 않고 오직 실내의 불이라고는 시체 조각이 숨쉬는 수족관에 나오는 인조광이다. 희미한 빛이 흘러 나왔지만 시체는 뚜렷히 포착된데다가 그들이 싸우는 장면 조차 처참하다. 그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지고 배우들이 가장 짐승같이 싸움을 벌인 장면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일부는 사실이라는 건데, 나는 그다지 불편한 진실을 짚어 넘기진 않고 영화를 봤다. 어떤 영화를 바보같이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괜히 심각하게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2시간 동안 그들만 바라보면 된다. 마지막의 쓴 맛을 유도하는 결말은 나쁘지 않았다. 제약적으로 두 시간 동안만은 우리는 엄중호의 편이지만 어차피 그도 그와 똑같은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