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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탄총을 든 부랑자 (Hobo With A Shotgun, 2011)

 <산탄총을 든 부랑자>역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마셰티>처럼 <그라인드하우스>의 페이크 트레일러가 인기를 얻어 실제 영화화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다만 이 영화는 당시 콘테스트를 통해 최우수 작품으로 꼽혔다는 점에서 퀄리티가 대단하다. 가짜 예고편과 비교하자면, 주인공은 더 누추한 이미지의 룻거 하우거로 바뀌었고 일부 씬들은 실제 작품에서 보이는 유사한 장면들이 많다. 영화는 설계에서부터 실현되는 과정부터는 작정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출된 장면들이 더 치밀하고 쾌감적이도록 보이기 마련이다. <마셰티>의 경우에서는 배역의 비중이 대단했지만 이 영화는 반대다. 단지 비슷한 조건에서 빌려왔다는 것과 특수 효과, 그리고 단순한 스토리 방식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린다.
 한 부랑자가 무법으로 가득 찬 도시로 와서 이를 참지 못해 우연히 상점에서 발견한 산탄총으로 악인들을 쓸어버리다는 내용으로 영화가 매우 단순하다. 다만 영화는 이 단순한 구성을 결말을 향해 이상하게 서사적이게끔 상당히 돌아온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주는 악인들의 만행은 비윤리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인 구성이 넘치기 때문에 막상 예고편만봐도 예상할 만한 작품을 아무런 단서의 기회 없이 접한 사람이나, 취향적 문제 덕에 이 영화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 영화는 <그라인드하우스>의 각 시리즈와 비교해서 볼 만한 이유도 존재한다. 가령 제작 스케일의 차이에서 이 영화는 열등한 소재와 구성으로만 가득차있을 뿐이고 막장에 가까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멸망 이후의 무법 세계처럼 보이는 시공간의 배경은 당연히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어서 경찰까지 맛이 간건지, 시간적 배경은 언제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단지 어떤 분위기 있는 대사를 빌려온다면 '그냥 그 곳은 처음부터 무법천지였을 뿐이다.'라 하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뒤로하고, 악역들은 매우 사악하게 그리고 강간과 강도가 그들에게 업무이고 또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겁 먹을 것인가에 궁리하고 심취해 있다. 악인들의 무자비한 변태적 행동의 반복과 과장스러운 대사, 자신이 스스로를 악당이라는 것에 만족하며 소리치는 모든 것들의 순환과 반복은 주인공인 부랑자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관객들마저 이 단순한 악당들의 어떻게 박살날 것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단순한 이야기이기에, 이들은 다른 이성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의 악당처럼 지능적이지도 않고 무식한게 특징이다.
 <산탄총을 든 부랑자>의 이야기는 논리적인 동기와는 거리가 먼 장르 영화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고편처럼 비디오 영화같은 다른 참맛이 깊게 베인 작품도 아니라는 게 다소 아쉬울 뿐이다. 동시대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과 더불어 무법자들과 겁에 질린 시민들의 모습은 어떤 공식처럼 당연하고 무의식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고르노 성질에 의한 비현실적 잔인함과 더불어 그것을 찢어버리는 산탄총의 분노일 뿐이다. 주인공인 부랑자의 대사와 행동은 너무나도 폼나고 속이 다 시원하지만 영화가 웬만한 만화보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깔끔하게 지향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사실 별 감동은 주지 못한다.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주옥같은 옛날 곡들은 기억에 꽤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