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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L.A. 컨피덴셜 (L.A. Confidential, 1997)

 L.A.를 중심으로 벌어진 지저분한 살인 사건의 흑막을 뒤쫓는 내용의 누아르 드라마인 이 영화는 아마도,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90년대 범죄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치밀하고 사실적이며 경찰들의 또 다른 뒷모습의 소설 이야기를 이 영화에서 접할 수 있다. 나는 이 영화 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보면서, 이들이 관객들로부터 대단한 할 말들을 불러 일으키거나, 혹은 할 말조차 잃어버릴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L.A. 컨피덴셜>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이야기의 자리를 두려거나 모두가 바라고 고리타분한 기승전결을 부리지 않고자 한다.
 이 작품은 제임스 엘로이의 원작 소설에서 옮겨져 왔는데 "L.A. Quartet"라는 이름의 비공식 시리즈 내의 3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 성격상 영화 또한 내용은 아주 거칠고, 뭐하나 내숭스러운 이야기가 없다. 모처럼 고전적 배경과 동시대의 액션을 삽입한 결과 그 조화가 아주 인상깊고 뛰어난 작품이었다. 케빈 스페이시나 러셀 크로우같은 배우들이 워낙 독특하고 강렬한 연기를 해서 배경 장치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기분은 조금 현대적이라거나, 특출난 느낌이 들었으며 반면 가이 피어스가 연기한 에드 엑슬리의 꽉 막힌 성격의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 보면 과거 작품들의 주인공과 같은 성격을 계승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L.A. 컨피덴셜>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개 방식으로  매우 서사적인 구성을 한 듯한 흥미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 방향의 긴장감을 유도하곤 한다. 그런 장면과 연출에는 커티스 핸슨의 특징 같기도 하고, 원래 말하기엔 그리 어렵지 않은 영화 속 이야기와 인물들의 대화는 그와 각본을 같이 맡은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재주가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시기에서 비롯된다. 원래 이 영화의 명성만큼 원작은 그리 대단한 성격을 제공받지는 못한다. 물론, 제임스 엘로이의 문체나 생동감 넘친다는 범죄 장면들은 그대로 따져왔지만. 또한 영화는 각 인물들의 수 많은 대사들을 삽입하는데 이는 보여주는 행위와 버금가기도 하며 지치지 않을 만큼 큰 몰입도와 코믹한 이야기도 보여준다.
 갈수록 커져가는 엄청난 사건의 육중함이 없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물론 작디 작게 보이는 뒷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경찰들의 가혹행위와 음주 소동 같은 장면들은 역시 모두가 믿고 싶은 상징적인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영화의 당시 리얼리티보다 훨씬 나중 시대인 지금 <L.A. 컨피덴셜>이야기를 만끽하려면 90년대 영화의 추세에도 익숙하면 더 좋은 등 다양한 방향으로부터 이 영화가 읽어질 것 같기도 하다. 뭐 어쨌건 지금 봐도 미국의 경찰상에 대한 추태와 수 많은 혐오와 그들이 바라는 이상의 방향에서 삐뚤어진 한심한 꼴을 만끽할 수 있다. 갈 곳 없이 돈이나 명성만을 바란 경찰들의 인간적인 현실이 이 영화에서 수도 없이 맴돌고 만다. 결말은 마지막 보이스카웃이나 다이하드같은 형사물에서 볼 법해서 진부할 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반향을 일으킬 현실적인 선택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