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캐리 (Carrie, 1976)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캐리>는 탈출구같은 역할을 해준 작품이라고 불리며, 스티븐 킹에게는 원작의 히트부터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작품이 되었으며, 관객에게선 오컬트와 지금봐도 (노골적이진 않지만) 보편적인 주제의 결합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학살 장면은 하나의 쇼와 같이 화려하고 파격적이다. 70년대 영화들처럼 이 작품도 그다지 생각을 뛰어 넘거나 주제 부각적인 의도의 요소도 있는 것도 아니고 영상을 제외하고는 스토리라인에서 찬물을 끼얹거나 하는 의견도 수용할 필요성도 없는 듯이 꾸며져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캐리의 초능력이 발견되는 사실도 그리 숨김 없이 꾸며져 있고, 이미 전달된 유명한 장면과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불안해할 준비도 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영화는 그렇게 만들 각오가 되어 있는 것도 그렇지만.
 <캐리>는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 사춘기 소녀가 자신이 염력을 가진 것을 발견하는데, 학교 급우들로부터 큰 골탕을 먹으면서 폭주한 이야기를 그린다. 캐리의 어머니는 기독교 근본주의이고, 같은 반 여학생들은 캐리를 골탕먹이려고 안달나있으며, 학교 선생님이 그녀를 도와주려 할 수록 꼴 뵈기 싫어하는 캐리를 더욱 괴롭히려고만 한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의 최초 히트작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원작의 차이는 거의 없기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파격적인 주제를 통한 시각적 영상 기법과 붉은색의 충격은 가히 대단하다. <캐리>의 주제 속 배경은 극히 사실적인 청소년 사회 문제를 다루었다. 어른의 해결책은 언제나 도움이 되기는 커녕 대책에 가까운 한심한 태도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례처럼 가정 환경의 문제가 크다는 이해되는 논리 투성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더욱 캐리의 분노에 이해가 가게끔 도와주는 덕분에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스토리 자체만으로 따진 점이고, 영화는 이야기보다 더욱 실감나게 그려진다. 독실한 폐쇄적 기독교 신자 어머니의 사상과 반대로 캐리의 초능력은 어머니의 지긋지긋한 생각을 파괴하며, 실제로 대 학살이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이런 어머니의 그 단단한 종교적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왜곡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지옥이 있어도 이를 부정하는 것도 역시 대단한 인간적 지적이다. 물론 영화가 보여주는 파괴와 분노, 심리적 혼란과 왜곡 등 인상적인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차원에서는 어느 순간 어지럽고 끔찍한 공포 영화에 지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