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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비틀쥬스 (Beetlejuice, 1988)

 팀 버튼의 작품들은 보면 재미는 최근작보다 예전 작품들이 훨씬 더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심지어 중간에는 할리우드 풍 괴작 정도되는 싸구려 영화를 자처하는 작품들이 많고 질이 꽤 떨어지긴 하지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말 사이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거의, 역사라는 단어에 가까울 정도로 '귀신 들린 집'의 소재는 다양하다. 반면 팀 버튼은 이 영화 속 스토리의 관건은, '유령이 집을 지키는 경우라면?'에 주목하고자 한다. 터무니 없는 차 사고로 익사한 어느 부부는 애지중지하던 집을 지키고자 하고, 그들이 죽은 자리에는 살아 있는 새 입주자가 집을 다 뜯어고치려고 하며, 유령이 된 부부는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별 노력을 다 해보지만 아무도 겁을 먹고 달아나지 않는다. 실제 처럼 사람을 공포에 빠지게 하는 것은 어렵나보다. 코믹한 연출과 혐오스러운 특수 분장을 본 관객도 놀라기만 할 뿐, 유쾌할 정도.

 비틀쥬스에는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이 깊다. 반면 죽은 주인공 부부가 유령의 모습이 되었을 때에는, 다른 유령들과는 다르게 온전한 상태로 남아 유령같지도 않아 보인다. 스스로 몸을 조작하거나 하질 않으면 죽은 것 같지도 않아보인다. 이 유령부부들은 생전에도 집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더니만, 죽어서도 걱정 투성인 모습으로 재미있게 만든다. 어느 날에는 매일이 우울한 소녀가 이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이 소녀의 의지에는 이미 죽은 자의 감정이 섞여있다. 이 부분은 매우 재치 있고 흥미로운 반응이 생긴다.
 
 그러나 소재와 스토리의 전개 특성 상 이 영화에는 논리적인 제약은 꽤 빈약하다. 유령을 볼 수 없다고 말해 놓고서는 나중에 모두가 보이게 되는 현상이라든가, 비틀쥬스의 난입도 난데 없긴 하다. 중후반 이후에서나 활약하는 비틀쥬스는 사실 이 영화에 대단한 악의 제품은 아니다. 이 영화 제목도 사실 그의 존재감이 너무 궁금할 지경에 등장하는 미스테리 캐릭터로 끝날 뻔 한다. 악동이라는 캐릭터인 비틀쥬스는 저 편의 세계에 등장하는 절대 악으로 그려지지는 않기 때문에, 이 영화는 궁극적인 목표가 많이 노출된 것도 아니고, 즐기면서 볼 가능성에 여부를 둔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에도 크게 성장한 작품이 된 듯하다. 당시에는 중견 배우들이 히트 칠 수 있었던 계기이며, 팀 버튼은 마이클 키튼의 멋진 연기를 계기로 <배트맨> 시리즈에 까지 자리를 잡도록 해준다. 지금 보면 젊은 모습의 알렉 볼드윈이나 위노나 라이더, 지나 데이비스와 캐서린 오하라의 젊고 어린 모습이 너무나도 반가울 지경이다.

 <비틀쥬스>는 가장 팀 버튼 다운 환상적인 작품이다. 저편의 어두운 동화는 그야말로 슬픔과 고통, 적막함만 가득하지만 이 작품은 죽음과 시체에 관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만든다. 요즘에는 그의 개성적인 면에 있어서 많이들 걸고 넘어가는게 현실이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위트나 공포의 조합을 이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해왔으며 실제로도 마이클 맥도웰의 각본의 원판과는 다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