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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다이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2007)

  <다이하드 4.0>은 3편 후 12년의 공백을 마치고 등장한 다음 시리즈였다. 물론, 모두가 희망하는 그 예전의 맥클레인이 아닌 그 공백만큼의 주름이 가득한 채로. 이 시리즈의 전통적인 소재는 나라를 날려버릴만큼의 상징적인 테러 사건을 그린다. 거기에 더불어 이번에는 쉽게 상상할 수 있어도 가능성을 되물을만한 사건이 그 배경이다. 미국인들의 테러에 대한 불안감과 경각심을 짓누르는 듯한 주제는 현실의 조롱이다.

영화는 한 테러 단체가 기술력 강한 해커들을 모아 미국의 모든 공공 시설을 해킹하여 무력화 상태로 세상을 통제하는 짓을 하게 되자, 그들을 막기 위한 어느 평범한 형사의 험난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 줄일 수 있다. 물론 시리즈 전통처럼 악당들의 속셈은 하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이 실제로 가능한지도 신경쓰고 싶지 않고, 이게 엄밀히 따지면 테러가 아니라는 발언도 별 흥미는 없다. 적어도 영화가 보여준 장면은 그 가정을 현실로 매꿔버리고 교통, 통신, 시설 등을 마비시켜 거대한 국가 하나를 바보로 만들어린다는 것으로 관객의 심리를 포화시키려는 오락적 속셈일 뿐이다. 게다가 가짜로 만든 백악관 폭파 장면같은 작은 도발에 시민들과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나 영화 밖에서나 이게 실제로 가해진 것인지 확신을 하지 못 할 수준으로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이하드>시리즈의 팬들은 4편이 등장한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팬들은 우려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항상 나이를 먹어가고, 심지어 감독마저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이전 <다이하드>시리즈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현대적인 흥미 거리를 잘 이용하였고 또한 액션이 이전보다 약하면 약했지, 어설프지는 않았다. 물론 문제는, 디지털로 뒤덮혀 테러로 무장해제된 미국 전역을 늙은 형사가 자기 나이 잃 듯 뛰어 다니며 적을 박살낸다는 컨셉은 익숙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액션은 스스로 부딪치지는 않고 빗나가려는 듯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느낌만 남는다. 

다만 느낌만으로도 생소한 것이 영화가 너무나도 세련되었다는 기분이었는데, 이 거대한 규모의 디지털 테러리즘을 보여주기에는 존 맥클레인이라는 주인공의 행동에만 집약되어있다. 이런 시리즈적 성질 덕분에 아무리 렌 와이즈먼이 이전 시리즈와 관련된 장면적 요소와 특징을 많이 넣었으나 그리 끈끈해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이미 헐리웃은 시대에 틀에 갇힌 팬들만 잡으려는 것은 당연히 실패 공헌 중 하나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요즘 영화와 비교하자면 약이 될 수 있지만 1편부터 지켜봐왔던 많은 팬들을 걱정시킬만한 장면이 바로 액션 씬이었다. 이 시리즈의 팬이나 렌 와이즈먼에게도 존 맥티아난에 대한 팬심도 크게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동차로 비행 중인 헬기를 박살 내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질리지 않고 정말 재밌었다. 러닝 타임이 긴데도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다소 허무하다는 기분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굳은 살만큼 깊게 배긴 숫자와 주름만큼 그는 변하지 않는다.

  여담. 어느 날, 한 암호화 기술 전문 업체에서 특허로 만든 기술을 시험하려는 의미에서 그들이 만든 암호를 해독하는 사람에게 1,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해 주겠다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 세 달의 기간으로 잡은 이벤트는 2시간만에 끝나버렸다. 어느 한 네티즌이 해킹에 성공한 것이었다. 회사는 엄청난 웃음 거리가 되어버렸고 회사는 그 줄 생각도 없었던 상당한 돈 때문에 곤욕을 치뤘나보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을 보았을 때 웃음거리였다는 것이다. 대개 보통 사람들은 보안의 강도를 무시하는게 이 세상의 모습이다. 언제나 능력있는 해커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안 개발 회사의 위치가 낮게 깎여버렸는데, 문제는 구경만 하는 어린 아이들은 못하면서 자기는 마치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것처럼 보안 기술에 대해 조소를 날려버린다. 그냥 그런 이야기이다. 우리 나라에서만 인터넷 사용률이 엄청나다보니 일부에서는 사람들은 해킹과 크래킹을 별 어렵지 않게 여기곤 한다. 이미 영화에서 접하기 쉬운 소재라 자신과 다를 것 없는 사람이 그런 짓을 쉽게 하니 해킹 자체는 쉬워보이는 기분인가보다. 박식한 사람들의 해설을 빌리자면, 이 영화 속에는 모순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직접 가서 송유관을 차단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해킹이라는 것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영화 내에서 이 모든 장면을 받아 들이면, 만드는 사람도 대단하고, 그 것을 파악하고 무력화 시키는 사람역시 대단한건데, 일단 무력화만 되면 사람들은 만든 사람에게 무능력함을 표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인물인 토마스 가브리엘은 원래 국가 보안 기술력에 대해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정부에게 "현재 이 국가의 보안 기술은 너무나도 취약합니다."라며 그가 단 몇 분 만에 해킹을 성공시키지만 정부 직원들은 그를 위험하게 여겨 쫓아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국가를 대상으로 복수를 한다는 바보같은 설정이었는데 (어차피 결국 돈 때문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가브리엘의 편에 서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도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영화 자체에서는 그다지 강렬하기는 커녕 제대로 된 악역 역할을 하지도 못했기에 시리즈 중에서는 최악의 캐릭터로 꼽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