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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아스팔트 정글 (The Asphalt Jungle, 1950)

  누아르의 탄생을 알린 존 휴스턴은 자신의 과거 자유 분방한 인생 만큼 자기 파괴적인 시도를 하는 감독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기 파괴라는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항상 케이퍼 필름은 즐겁다. 범죄라는 지극히 세상과는 정 반대에 있고자 하는 행위를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짜릿하고 흥분된다. 특히, 케이퍼 필름의 탄생작인 이 영화는 매우 생생해 긴장감과 동시에 어떠한 슬픈 감동이 스며든다. 이 영화를 보고 심히 흔들려 존 휴스턴의 영화 감각에 집중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된다.

 뭐 항상 느끼는 부분은 범죄 영화는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갈수록 빠져들고 기억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 강도 영화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 심리와 그에 따른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 큰 요인이라 볼 수 있다. 가장 활용적인 부분은 언제나 완전 범죄를 꾀하는 그들이다. 그 누가 완전 범죄를 꾀하랴. 생각해보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진정 감히 완전 범죄를 꾀하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그들은 사후의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둘 것이다.
 아스팔트 정글은 최초의 케이퍼 필름이지만 범죄를 일으키기 이전부터 사후까지 일일히 설명하고 묘사되어 최초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고 정교하다. 그러면서도 어떤 부분에는 숨기기는 힘들 정도로 최초라는 매력의 구성이 잘 남아있다. 알다시피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들은 한 탕 저지르기 위해 각자 상황 속 능수능란한 프로들을 섭외해 작전을 구상하고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이다. 다만 이 부분은 강도라기보다는 도둑질에 가깝다. 영화는 가장 똑똑하고 주도면밀한 '박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완전 범죄의 가능성을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예상시켜준다. 범죄의 장점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일확천금을 얻는 것이지만 단점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멍하니 쳐다보며 이 상식정도는 묻어버린다. 그러나 사건이 터지며 종결이 될 때 쯤, 박사는 말을 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한 완벽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냐할까' 라며 한탄하면서,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장면을 환상으로 받아들인다.
 이 영화 속 일당 중에는 부패 경찰도 존재한다. 그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일을 보자기로 덮으려는 부패적인 행동을 통해 영화 속 기자들은 부패 경찰에 대해 경찰 서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기자 회견 속 서장은 부패 경찰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할 뿐이며, 그들은 우리들의 1/100이고, 부패하건 선하건 경찰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이는 어디서 보면 둘러대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서도 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범죄와의 연결 고리를 지적하는 것이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옥과도 같다. 흔히들 그 장면은 이 영화의 전설로 남아있다. 최후로 잡히지 않고 겨우 살아 남은 일원인 건달(스텔링 헤이든)은 자신이 도박으로 잃은 어렸을 때의 그 농장으로 향한다. 이미 사건 당시 그는 총을 스쳐 맞아 병원에 가지 않은 채로 과다출혈로 인해 자신의 남은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것을 느끼며, 농장과 망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는 농장으로 돌아가, 슬픔을 짊어지며 천국에 간 기분으로 잠들고 만다. 이 장면이 가장 슬픈 결과 중 하나이다. 그를 비롯해 누군가에게는 살아가기 위한 업무가 범죄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들은 일상처럼 밥먹듯이 행하는 범죄를 일상으로 카메라를 통해 구현한다. 그들에게는 그 것이 일이다.
 모든 행동에는 반응이 있듯이 영화에서는 범행과 관련된 인물들이 잡히고 나서의 반응이 존재했다. 그 일이 그들의 배경이 되기도,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반응 자체로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범죄를 쓸모없으며 사라져야할 지긋지긋한 존재로 여겨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관객에게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는 단순한 강도 영화가 아니고, 어떠한 슬픔이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이처럼 존 휴스턴의 인생에서 겪어진 어떤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깎아 내리는 영화는 단지 희생적인 것이 아니라 한 없이 아름다웠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가 표현하는 연출력은 절대로 무엇을 강조하는 성격이 아닌, 객관적인 성격으로 배우의 행동을 그들에게 전해준다. 시간은 그를 잊게 하는데 큰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그 힘을 막는 전설이다.

가장 생생히 기억남는다.

'범죄는 인간 노력의 색다른 형태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