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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후라이트 나이트 (Fright Night, 1985)

 매일 밤 공포 영화만을 즐겨 보는 찰리는 어느 날 이사 온 옆집 이웃을 창문 사이로 우연히 보며 이들이 흡혈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변에서는 찰리의 호들갑이 당연히 망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들이 흡혈귀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만나 입증시켜주기까지 한다. 찰리의 경고는 허당이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이들은 흡혈귀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B급 호러 영화지만 매우 유쾌한 연출로 구성된 <후라이트 나이트>는 일상의 소재 속에서 흡혈귀를 불러 하나의 코믹한 공포 체험처럼 꾸며졌다. 모든 공포 장르는 일부만의 열광적인 가상의 대상이라는 것을 비틀 듯, 찰리를 도와주는 TV 공포쇼 MC까지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버린다. 청소년인 주인공은 모든 면에서 불리하기 짝이 없으며, 자신을 도와주겠다던 친구들은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흡혈귀의 지식은 기본적으로 깔려있긴 해서 뻔하거나 익숙한 부분은 많지만 반대로 영화가 이를 이용해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 해쳐나간다. <후라이트 나이트>는 슬래셔와 액션에 지쳐가는 미국 영화의 유행 속에서도 살아 남으려는 왜곡된 장르의 영화다. 틴에이지 호러에서 뻔히 보았던 것이 아닌, 다소 얼 빠진 주인공의 호기심으로 시작되어 흡혈귀를 무찌르기 위해 과감하게 들어가는 방식도 독특하며 군중 속에 얽혀 깽판치는 흡혈귀같이 특이하지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영화는 불안감의 종착을 시키기 위해 잦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아예 후반에는 흡혈귀의 집 자체가 음기로 낀 것 처럼 안개만이 가득하게 묘사시키고, 말뚝에 박힌 악마들이 녹아내리는 특수 영상들은 호러 팬들만의 열광의 이유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도 흡혈귀가 늑대로 변해 공격한다거나, 스스로 몸을 변태하고 눈빛이 사악해지는 등 이 영화의 여러가지 특징을 엄청나게 많이 빌려왔을 정도이며, 대단히 오락적이고 재미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결말 또한 아주 비슷하다. 작품 자체의 장르적 성격에 비추면 차이가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여전히 한결같이 통쾌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