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실제로, 19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타운 내에 있는 인종 격리 구역 디스트릭트 6가 선포되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디스트릭트 9을 선포한다. 닐 브롬캠프는 2005년 단편 <Alive in Joburg> 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를 만든 이후 피터 잭슨의 제작 지원을 통해 이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 프로젝트의 시작 이전 피터 잭슨은 X-BOX 게임 해일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알아보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닐 브롬캠프와의 조율로 <디스트릭트 9>을 <Alive in Joburg>의 이야기를 확장시켜 만들었다.
 정말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진부한 외계인 영화의 장르의 판도와 성격의 법칙을 밀어버리고 뛰어난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드문 SF 영화이다. 대부분이 그랬듯, 외계인 침공의 주 무대는 미국이었고 심지어 이들은 극히 호전적이 아닌가하면 극히 친화적이며 어딘가에서의 그들은 새로운 친구들이기도 하고 섞일 수 없는 물 속의 기름일 뿐이다. 여기서는, 외계인은 지구 가장 진보된 지대와는 매우 먼, 그것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나라 위에 거대한 모선을 두고 불시착하여 지구인들로부터 인구적 통제를 받는다. 외계인에 대한 의문 글이나 포럼에 의한 이야기에 근거하면 그들의 막강한 폭력성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가장 사실적인 영화이다. 분명히 그들은 인간을 해칠 정도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침공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계인은 무법 지역인 디스트릭트 9에서 흑인들과 공존하면서 살지만 무법 속에서의 흑인들마저도, 살 수가 없다며 외계인들을 쫓아버리라며 규탄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들이 인간이기 전에 외계인이며, 애초에 이 곳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입장이 나오지만, 어쩌면 이런 이유로 현실의 세상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영화 속에 나오는 것은 가장 이질적인 존재일 뿐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이처럼 정치적인 문제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장르로서도 분명히 SF물에 속할 터, 영화로서의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스릴이나 액션도 만만치 않다. 후반부에는 수 많은 부분이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듯한 액션 장면도 나오는데다가, <아이언 맨>급의 높은 퀄리티의 영상도 등장한다. 또한 영상의 절반 가까히 페이크 다큐처럼 꾸며지도록 조성하여 생동감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어수선하다는 특징도 있다.
 <디스트릭트 9>은 사실 인종 차별적 현실을 스스로 초월시키기도 하고 이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밑바탕에 지니진 않는다. 이 영화는 순전히 액션, 스릴러로 만들어진 축에서만 그친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다른 영화 속의 인물보다 훨씬 바보같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며 생각과 심정을 쉽게 표출시는 성격이다. 이 멍청한 자가 처음 외계인들을 대하는 행동과 그 이후 자신이 감염되어 외계인을 도와주는 행동은 전혀 어떠한 드라마의 심리적 발현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그저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그는 인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했으며 결국 그가 어쩔 수 없이 쓰러지는 모습에는 현실보다도 드라마적 장치가 더 강하다. 덧붙여 힘 없이 파괴되는 사람의 살점이나 폭발 씬같은 자극적인 장면들은 SF스타일을 강하게 할 뿐. 그렇다고 완전히 현실의 문제를 빗겨나간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블록버스터의 장르 아래 자연스럽고 현실을 잘 이용할 수 있을지 말해준 영화다. 현실과 매우 떨어지지 않은 주제와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만들어진 외계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