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인생 최고의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이 영화가 개봉되어 소개될 때 쯤에는 대부분이 단순한 판타지 영화 쯤으로 오해해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국내에서만 특이한 사례로 원제를 보면 단순히 <Pan's Labyrinth>인데, 쌩뚱맞게 국내에서는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라는 무슨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에서 볼 법한 부제를 달아버렸다. 이 제목에 오해한 사람들은 이 잔혹한 영화를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깊고 어두운 감정이 가득한 슬픈 비극의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무자비한 성격의 파시스트 군인인 양아버지를 맞이하게 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모든 것이 잘 되어간다"며 반란군을 말살시키려는 잔혹한 시대다. 여기서의 한 인물의 개인적 이야기가 시대 전체에 절대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반대로 시대의 강한 억압은 작은 개인을 파멸시킬 수 있음을 알게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한 인물의 시점과 여정을 통해 관객의 감동시키고 실제로 그 당시에 어땠는가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다. <판의 미로>는 역사적인 틀에 판타지적 요소를 이용하여 내용을 전개시켜 한 순수한 소녀가 겪는 비극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소녀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통해 요정을 따라 그녀는 환상의 세계로 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녀를 공감한다. 하지만 막상 가혹한 현실 세계에서 행복할 수 없는 소녀의 슬픔,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내 숨 죽여 볼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난 <판의 미로> 속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은 혼란스럽지 않으며, 소녀의 모험 자체만으로 긴장되는 전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벌여지는 잔인한 순간들에도 긴장감과 생생한 묘사들이 이어진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아동용 고전 동화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작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끌고 가려는 듯 이해되지만 이 영화 속에는 판타지의 특성이 커다랗고 비중있게 부각되어 있지는 않다 . 무엇보다도, 사건이 주인공 소녀의 시점이 아닌,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양아버지의 무자비한 인종 살상과 야망의 시대적 비극이 주제로 되고 있었다. 관객은 모험담과 동시에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드라마를 함께 보게 되는 셈이다. 또한, 이 영화의 특수 효과는 대단한 자랑거리로,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이전 <미믹>이나 <블레이드 2>같이 호러나 액션 장르에 있어 선택성이 탁월하고 과하지 않은 특수 효과 및 특수 분장을 <판의 미로>에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연출해냈다. 도저히 상상의 것으로 밖에 표현되지 않을 정도의 기괴한 괴물과 판타지 속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만드라고라'까지 진부한 판타지 캐릭터 수준이상의 시각적인 흥미를 제시한다. 영화 속의 인간의 학살 장면이나 고문 모습, 그리고 그 반대편 세계의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과 거대한 두꺼비같이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징그럽고 잔인한 시각적 효과가 많이 있다. 이렇게 대담한 고어와 괴기적 장면이 겹쳐지는 이유는 환상은 우리가 희망했던 것 보다 매우 잔인하며 현실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이렇게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강한 심리적인 충격에 뒤따르는 것이고 본다. 이 영화의 선전으로만 보았을 때 만큼 이 영화가 이토록 대단히 사람에게 많은 생각을 일으키는 영화일줄 누가 알았겠으며, 그 오해를 벗어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어느새 결말은 매우 슬프면서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