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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포인트 블랭크 (Point Blank, 1967)

 1962년, 범죄 스릴러 소설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인간 사냥"이라는 소설을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포인트 블랭크>는 대략적으로 존 부어맨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원작 소설의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인하여 작품은 동명의 <포인트 블랭크>이후에도 92년 홍콩에서 주윤발이 주연한 <협도고비>와 99년 멜 깁슨이 주연한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페이백>이라는 3번의 리메이크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이 작품은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존 부어맨은 원작의 틀을 깨고서 리 마빈의 고뇌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작업을 해냈다고 한다. 리 마빈은 이 영화에서 친구에게 알카트라즈에서 큰 돈을 벌던 중, 뒤통수를 당하고 사경을 헤매다 배신한 친구가 가져간 돈을 다시 받아내기 위해 지능적인 복수를 한다. 그 중간마다 자신은 이미 한 번 죽었으며, 배신한 친구와 함께 도망간 아내의 모습과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가는 순간 역시 매우 길고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리 마빈이 연기한 워커라는 인물이 겪는, 시간이 매우 느려지는 순간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한다. 권총의 방아쇠를 수 차례 당기는 워커의 시간은 매우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는, 바로 그런 순간이다. 존 부어맨은 특히 리 마빈이 이 영화를 찍기 전, <더티 더즌>을 찍고 있던 당시 리 마빈에게 <포인트 블랭크>의 원작 소설을 언급하자 둘은 이 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대화로 전개되었는데, 결국 스토리와 연출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적어도 존 부어맨에게 있어, 리 마빈 개인과도 같은 영화이다.
 <포인트 블랭크>는 이후 <페이백>처럼 제일 잔인하고 냉혹한 방식으로 복수를 행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시대적이나 기술적인 배경도 없지는 않겠지만, 영화는 워커 자기 자신 속의 수 차례의 충격과 고뇌, 비정상적인 환영의 기억들을 진짜가 아닐 것 같은 의심이 들 정도로 영상의 되풀이를 시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해가 어려운 미스터리한 결말 역시 수 많은 가정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장 잔인한 것은 당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를 불러 일으킨다.

 필름 누아르와 프렌치 뉴웨이브 스타일을 적용시킨 <포인트 블랭크>는 62년이라는 시대 조차 맞지 않을 정도로 매우 모던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계속되는 이동과 방해는 관객의 눈을 지속적으로 집중시키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당시 존 부어맨의 문제작이라고도 많이 들춰지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보았을 때는 그런 비평따윈 문제도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