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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 넘버 슬레븐 (Lucky Number Slevein, 2006)

 럭키 넘버 슬레븐은 영화가 보여주는 것에 비해 그 분위기를 예상보다 무겁게 조장하는 영화다.복수 영화는 늘 그렇 듯 복수자의 냉혹한 심장 박동을 전달시키기 위해 의미 심장하고 간결한 멘트와 함께 어두운 표정과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이 이미 지긋하고 일상같은 복수는 언제나 차가울 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작품은 관객의 추리력을 왜곡시키도록 유도한다. 내 생각에는 언제보다도 이 시기가 가장 위험했던 것 같다. 스릴러가 주된 요소인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관객들을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공식이 짜여져야 하며 앞 뒤가 서로 일치하고 대등해야 하기 때문에, 몇 가지의 힌트와 과거 사건이 언급됨으로써 내용은 우연을 가장한 복수극을 자처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배우만 해도 브루스 윌리스나 조쉬 하트넷 그리고 모건 프리먼 등과 같은 유명 배우들의 등장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의 흐름을 짜임새 있게 조율시켰다. 그리고 또한 영상적인 기법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 영화는 우연을 가장하긴 하나 그 무엇보다도 계획적인 살인을 일으켜 가장 잔인하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끝맺음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는 비극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앞 부분의 비극을 참고로 삼기에 복수의 방법이 급박하지 않다. 좌우로부터 조여들지만 천천히 움직인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다. 

 때로 쉽게 만들어지는 스릴러 물들은 그만큼 쉽게 소화되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준비물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어디선가부터 반전은 항상 필요해졌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플롯에 관련된 무기가 없다면 포스터부터 마지막까지 유명 스타로 꾸미기. 어디서 등장했는지 그 기원은 알고 있으나 이렇게까지 발전한 이유는 추적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 짙게 깔린 전통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