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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탈 리콜 (Total Recall, 1990)

 그 이전부터 등장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영화들은 그의 강인함을 선사하는 것보다도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 우락부락한 사내를 어떻게 행동시키고 작용시키는게 좋았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
 <코만도>도 그렇고, <트루 라이즈>는 물론 <프레데터><6번째 날>같은 영화는 그가 무조건 강하다는 인식은 쐐기를 박아주었으나 모든 공통점은 이 영화들이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 대단한 영화들이 플롯이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완벽함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는 근본적으로 단순히 재미있다는 평가에서 시작하는게 당연하다고도 생각되는데, 
그가 출연해서 성공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영화의 작품성이라기 보다는 오락성으로만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는 결론이다.
 어쨌든, 영화가 엉망이든 아니든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폴 버호벤은 비교적 이 이른 시기에 SF속의 스릴을 절묘하게 배합시켰다. 더클라스 퀘이드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이전에 매우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는 사기적인 파괴력을 지닌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과 스릴의 몰입도는 가히 최고라고 여겨질 정도로 재미있다.


 당시 이 작품은 고어 씬들이 거리낌없이 등장하였기에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그 시절,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그러기에 적어도 R등급을 받는것도 예사였고 심지어 X등급을 받는 것도 불가피할 정도. 하지만 뭐, 지금까지 폴 버호벤의 작품 성향을 봐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구애 받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을 것같다. 어쨌든 버호벤은 지금도 자극적인 영상 표현을 추구한다. 그 솔직함과 흉악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건 적어도 영화가 나온 시점에서 큰 논란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결국 토탈 리콜은 초반에 MPAA에서 X등급을 받았지만 결국 다른 각도로 찍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장면을 편집을 해 어렵사리 R등급을 받는데 성공하였다.

 폴 버호벤은 내가 알고 있는 독특한 감독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그가 표현하고 설명하려는 의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에서 풍기는 영상 하나 하나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원초적 본능>은 감히 말해 그의 작품 중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았다. 소위 에로틱 스릴러라는 설명이 적절했는지 흥행면에서 성공이 빛났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러나 <로보캅>의 히트는 이 네덜란드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이후의 SF 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기에 좋은 기회였다.
 90년 작인 이 영화는 적어도 SF라는 장르 면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준 영화로 평가 받아지었지만 오히려 그 찬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스탠 윈스턴에게만 전해졌다. 게다가 이 영화는 원래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감독을 하려고 했다. 그가 이 영화를 위해 그의 대표작이 되었던 1986년 작인 <플라이>까지 거절할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열성이 가득했고 초안까지 그가 제작을 했다. 그는 <플라이>를 로버트 비어만에게 감독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불행하게도 로버트 비어만의 딸이 사망해 이리 저리 엉켜 결국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맡고 <플라이>가 명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중단한 <토탈 리콜>은 고스란히 폴 버호벤이 맡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플롯은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맡았으며 나머지 부분은 폴 버호벤이 맡았다. 추가로 이 영화의 초기 제작 단계에는 호주에서 브루스 베레스포드가 감독을 맡고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인공으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영화 제작을 맡던 영화사가 망하게 되는 바람에 무산 위기에 처하자 아놀드가 이 소식을 들으며 카롤코 영화사에 자신을 위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사달라고 설득했다.


 <토탈 리콜>은 공상 과학 소설 작가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에일리언>의 작가인 로날드 슈셋과 단 오 바넌의 각색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이후의 <토탈 리콜>역시 액션에서 뒤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스크리머스>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리고 <스캐너 다클리>는 필립 K. 딕의 주옥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 여담이지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원래 영화 제목은 <토탈 리콜 2>로 할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가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만한 이유는 단순하지만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첫째는 그가 터미미네이터 였다는 것이고, 둘째 역시 그는 여전히 터미네이터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가 대부분의 기억 속에 뚜렷히 박혀있어서 그렇다. 약간은 비틀어졌지만 결과는 후에 그가 출연한 SF 작품중 비교적 최근 작품인 <6번째 날>까지도 그는 과도한 근육질을 가진 평범한 남자로 자주 시작해왔다. 그러고나서 '알고보니 그가 인류를 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가진 것을 깨닫고 악당들을 쳐부셔 평화를 가져온다.'가 꼭 맞았다. 이런 캐릭터 구성은 정말 터무니 없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력은 정말 화끈하다. 그가 출연한 모든 감독들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알고 있다. 내가 아놀드가 주연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누나는 이런 소리를 한다 '뭐야, 또 저런 방식이야?'. 하지만 팬의 입장으로서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생각해봐, 보기에도 우락부락한 사람이 주먹을 날리면 당연히 쓰러지잖아, 그러니까 총을 들고 싸우는거지."

 지금도 내 기억에는 토탈리콜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고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매우 독특한 위장과 전투 장비 등, 그것을 즐기는 아놀드의 모습에 휘말려 관객은 그 환상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섹스 씬이나 고어를 보면 그건 폴 버호벤의 재능이지만 대부분의 기능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스탠 윈스턴의 위력이 크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