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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 (Mother, 2009)

 영화 <마더>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이 마비될 것같지만 반대로 심장은 덩실덩실하다. 몸 전체의 기운이 심장으로 빨려 들어간듯한 기분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 영화의 완전 무결한 힘이자 그 자체의 근원이다. 봉준호는 이미 부조리를 진실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 점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나, 이토록 순수하게 잔인한 세상을 보여주는 감독은 극렬하게 표현해서 무섭다는 평가다.

 이 영화는 모자란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처절한 세상과의 혈투극처럼 보인다. 봉준호는 <마더>의 사건을 통해 살인은 사건을 말하는 것인지, 사고를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게 말하려는 것 같다.
 영화는 그다지 잔인하지 않다. 만약에 폭력이 상상하는 것보다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 속 세상, 그 자체의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지 자각하지 못하는 자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이 영화가 어디까지가 진실인건가 하는 것은 쓸모 없는 짓임에 분명하나, 그 일부는 어디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온한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괴물>, <살인의 추억>을 포함하여 봉준호는 이제 이 지긋할지도 모르는 역겨운 세상을 <마더>로서 다시 보여주는데도 절대로 지긋지긋하지 않다. 그 동시에 그가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가까운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은 여전히 건재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더가 관광버스에서 덩실덩실 막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 "어머니"가 더 이상 걱정 없이 춤을 추는 이 수미상관적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한 사람의 괴물의 몸짓이 아닐까 싶다. 바늘은 그 가운데 있고, 그 가운데 속에 꿈틀거리는 괴물이 있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적 성격이 더욱 강해지는 조용하면서도 거친 바람같은 영화, <마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