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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1999)

 이미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개성있고 독창적인 재능을 구사한 스파이크 존즈는 상상의 공장인 찰리 카우프먼의 세계를 <존 말코비치 되기>로 자신의 기량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스파이크 존즈가 찍은 팻보이 슬림의 "Weapon of Choice"를 보면 젊잖지만 악독한 이미지로 익숙한 중견 배우 크리스토퍼 월캔이 아무도 없는 호텔에서 춤을 추며 여기 저기를 누비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스파이크 존즈의 끼를 엿볼 수가 있다. 잠시 그 뮤직 비디오에 대해 말하자면, 달리 말할 필요 없이 멋지고 환상적이다. 나는 특히 크리스토퍼 월켄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호텔에는 이미 아무도 없고 정적만이 흐른다. 잠시 동안 틀어지는 이 흥얼거릴 수 있는 시간을 그는 그 짧은 시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정신 없이 즐긴다.


 찰리 카우프먼은 미쉘 공드리의 아이디어 덩어리이다. <휴먼 네이쳐>, <이터널 선샤인>이 찰리 카우프먼의 머리에서 나오는 공장, 미쉘 공드리는 그것을 현실화 하는 중요한 생산 라인이다. 특히 괴상하지만 비범한 찰리 카우프먼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정교한 구성들은 사람에게 실소를 선사할 수도 있지만 그리 마음 편하게 웃지 못하게 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만약에 우리가 이미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제 정신인 상태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구경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뇌가 얼마나 미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말해 찰리 카우프먼은 영리하게도 공상의 대가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존 말코비치는 거의 대부분의 대상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 존경과 찬사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에 그가 수수께끼로 쌓여진 인물이라는 사실이 일단 모두에게 입증된 상태라면 영화는 그 사실을 더 강화시킬 수가 있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이 영화 속 세상 사람들만이 그에 대해 그렇게 여길 뿐이지, 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있어서는 그의 모습이 터무니 없을지도 모를 정도다. 이 영화 속 세계의 사람들은 존 말코비치가 되기 위해 7과 1/2층이 있는 건물로 수소문하여 오게 된다. 이들은 돈을 주고 존 말코비치가 되어 15분 동안 세상의 중심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만끽하며 그들은 서서히 자신을 버린다. 누구보다도 이 영화의 주인공인 크레이그와 로티 그리고 맥신이 이 사건에 중요한 3인방이 된다.

 시궁창 속에 사는 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가장 무서운 존재다. 이들이 자신보다 더 거대하고 강한 존재의 자아가 된다면 그것 만큼 사람이 악랄하고 독해질 수 없는 법인가보다. <존 말코비치 되기>는 아마도 두 가지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하나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무엇에 굶주려 있는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똑같은 가면을 쓴 우리가 모여있다면 그 세계가 얼마나 무서울지 섬뜩하게 만드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