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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 라이드 (Hell Ride, 2008)

 

 생각해보면 타란티노라는 이름은 상당히 거대해졌다. 최근에 그는 감독과 각본이외에 제작까지 맡고 있다. <호스텔> 시리즈는 타란티노가 제작을 맡은다기에 이는 그저 의도 아닐 정도로 팬들에게 큰 기대를 얹어부어주었다. 하지만 팬들은 타란티노식 그 자체에만 초점이 잡혀있기 때문에 <호스텔>은 정작 일라이 로스의 영화가 아닌 셈이 되었고 고스란히 영화는 타란티노의 것으로 되어버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자 그에 대한 반감을 표한다.  그가 제작을 맡은 <헬 라이드>마저 그러한 기대를 얹어주었고,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단순히 생각해보면 괴상하게도 타란티노가 제작을 맡은 영화는 감독을 맡은 것과는 달리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주게 되는 현상을 겪는다. 어떤 팬들은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를 가져다 준다면 어떤 사람들은 "감독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비중이 크고 제작이라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구나"라고 알아서 미루어 오해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한 오해를 하기 상당히 쉬운 이유는 이처럼 지금까지 그가 '직접' 만드는 영화들이 정말 수작과 걸작들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첫 이유이고, 둘째는 사람들은 그가 제작을 맡은다는 점만 맹신함으로서 영화를 타란티노식 영화로 이해하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런 영화들이 완전히 타란티노 스타일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을 과신하고 영화를 보는 것은 오해하기 딱 좋은 양태이다. 꼭 이런 점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타란티노 자신은 영화를 만들 때 이전 작품들이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크게 성공한 바람에 영화를 만들기조차 두렵다고 할 정도였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래리 비숍이 감독을 하였으며 래리 비숍의 각본대로 짜여진 바이크 무비다. 가끔씩은 B무비에 애착이 가득한 영화 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단비같이 기대감을 부풀려주었을 것이다. 포스터는 물론에, 화질 좋은 것만 제외하면 옛날 영화처럼 향수를 불러 일으킬정도로 보고 싶은 영화로 자기 자신을 점 찍어주었다. 작년, 싸구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환호성은 <그라인드하우스>에서 제대로 빛을 보였다. 감히 말해 <플래닛 테러>나 <데쓰 프루프>보다도 그라인드하우스의 페이크 필름이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 매력을 예상할 수 있어 나 역시 큰 기대에 부풀려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볼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예고편이 전부이다. 일단 이 영화의 단순한 내용으로부터 시작한다. 래리 비숍이 연기하는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피스톨레로"가 죽은 여자 친구를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용상 양념이 곁들여져있긴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회상과 몇 가지 단서가 끝이다. 그러나 나는 내용이 단순하고 긴 것과 짧지만 굵은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무식하게 말하지 않는다. 래리 비숍은 어떠한 영화적 감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재미와 흥분 요소의 창조를 통해 어떠한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비선형적이라고 해도 정신 없고, 대사는 그 무엇보다 천박하기 끝이 없으며 노출이 심히 과다하고, 잔인함조차 노골적인 이 영화는 타란티노 영화 방식을 편승하기만하고 장점을 제대로 따오지 못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분명히 짧지만 영상적인 미도 없고 내용을 이해할만한 재미도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날 떄쯤이면, 이를 이해하는 팬들이 존재하고, 혐오하는 팬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반응은 상당히 갈린다. 사실은 '팬인데도 이건 참지 못하겠다'도 있고 '이 정도는 에상해왔다'라고 할 때도 있는 것은 예사일 정도이다. 여기서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타란티노, 그리고 래리 비숍은 물론에 마이클 매드슨이나 에릭 발포어, 심지어 데이빗 캐러딘의 팬들의 입장에서 이 영화가 거지같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아, 나도 그렇다. 사실 무지하게 욕 먹은거 알면서도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안보기도 뭐해서 그렇다는다는거다. 이유가 없다. 그냥 욕을 하더라도 보고나서 욕을 해야지 시원한 영화다. 개인적인 결론은 이 영화의 더욱 화끈한 후속편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