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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스내치 (Snatch, 2000)

  가이 리치의 첫 장편 데뷔작인 <록 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는 그가 스토리 구성에 뛰어남을 증명한 영화였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스내치>는 전 편의 업그레이드 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완전히 전 편과 구도가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관객의 기분은 <록 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 두 작품은 사건이 여기 저기 일어나고 한 대로 뭉치면서 일이 터지고 다시 그 잔해들이 모여 찜찜하지만 깔끔한 결말을 유도하는 스토리 방식.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조금 더 세련되고, 나레이션을 삽입하거나 이야기 시작에 앞서 이 인물의 이름을 소개해주는 등 관객의 이해를 편하게 돕도록 해줬다. 나레이션의 집중 안되는 발음의 주인공이 제이슨 스타뎀이라는 것이었고, 여전히 후반부에 가면 이게 뭔 일인가하며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사실 익숙해진다면 이 쯤은 문제도 아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이 리치가 전 작품을 우려먹는 게 아닌가 의심도 했다. 몇 명의 가능성 있는 배우에 더 값나가고 잘 생긴 배우들을 쓴 것을 보면 이 영화는 더 대중성을 노린 것이 뻔할 정도니까. 스토리를 짐작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그냥 보는 것이 더욱 이롭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보았다고 해도 이 영화는 그냥 보면 된다.
 사실 이 <스내치>는 어찌 되었건 간에 <펄프 픽션>을 비롯한 90년대 개성적인 범죄 영화들의 뒤 늦은 아류작이다. 다만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어색한 마이너주류의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과감할 수준으로 전 작의 단점과 스토리를 뜯어내 각 인물의 특징과 성격을 과감히
 영화에서는 꼭 필요한 인물들만 나오는데 그 인물이 꽤 많다보니 이름을 숙지할 필요가 있기에 친절하게 포커스 해주신다. 영화는 시작부터 연출 장면이 인상깊다. 다소 흐릿하지만 주목시키는 감시카메라와 함께 캐스트가 나오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캐스트를 보는데 있어 더 집중된다. 영화 속 인물의 행동은 그만큼 신경쓰이고 재미있다. 뭐 예를 들어 영국인인데 이름이 '터키쉬'인 제이슨 스타뎀이나 이상한 발음을 지닌 집시인 브래드 피트처럼 말이다. 후에 알게된 이야기이지만 브래드 피트는 <록 스탁 투 스모킹 배럴즈>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 출연을 하였지만 그의 영어 발음이 영국식으로 연습하는데 노력을 했지만 결국 통달하지 못한 바람에 발음이 새는 집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내치>역시 가이 리치의 전작품 처럼 막판에는 모든 사람들이 한 대로 모여 난장판을 일으킨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대면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들도 모르게 이래 저래 우연적인 사고로 스쳐지나가면서 일이 터진다. 뭐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작은 모두가 한 곳에 모여야하는 경우였고, 지금은 엮이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엮이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 속 마지막 주인공은 제이슨 스타뎀인데 왠지 최근 이전에 모든 그가 출연한 영화는 그가 주연을 하는데 용납을 하지 않는 듯 여겨진다. 지금 등장하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은 강인하고 타협조차 안될 것 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등장한 초기 영화는 죽기 싫어 쩔쩔 매는 사람이다. 어쨌든 가이 리치가 <리볼버>에서 그를 '정말' 주연으로 써줘서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전 작품에 비해 이 영화는 상당히 즐거운 부분이 많다. 인상 깊은 대사도 존재 하고 연출 역시 그가 프로로 다가감을 알리듯 아름답게 꾸며 매우 깔끔해졌다. 가이 리치의 세계를 다시 돌아 볼때 쯤이라면 영화는 결말을 맞이하고 있고 궁극적인 목표물은 가야할 곳에 가있다. 뭐 그마저 허당이 될 수 있다는 걸 예상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