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이전까지의 사실이나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영화 <다크 나이트>는 그 이전부터 주목 받기 시작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거대 히트작이다. 그의 재능은 영화 <메멘토>에서 충분히 각성시킨 뒤, <배트맨 비긴즈>이후로 거듭되는 엑셀을 밟아 다크 나이트에서 마루에 도달시켰다.
모두에게 배트맨은 가족 영화로 불리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배트맨 시리즈하면 역시 팀 버튼의 1편과 2편이 최고의 작품이었긴 했지만, 당시의 어렸던 녀석의 관점으로 보면 3편이나 4편은 흥미진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비록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건 영화가 끔직했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 감독들이 이보다 더 넘기 힘든 선이 없을거라며 고민 속에 빠뜨릴 정도로 모든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희망을 깨버렸다.
(당연히 알겠지만) 이 작품의 바로 전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는 당시만해도 많은 지지를 얻기는 힘들었다. 분명히 <배트맨 비긴즈>는 잘 만든게 입증되었지만 <다크 나이트>가 아니었다면 비소로야 많은 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크 나이트>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는 하나 배트맨에게는 더 이상의 내면이나 과거에 대해 갈구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미 그 학습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충실히 전개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장 처음에 만났던 가장 잔인한 악당 조커와의 불가피한 조우는 그 자신을 더욱 신랄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로써 얻게된 이 대결 구도는 하나의 쇼처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다크 나이트>는 이미 그 이전부터 깔끔하고 정교한 플롯으로 인정 받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배트맨 비긴즈>는 개봉 초기 호평과 혹평 사이로 수많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없지나마 존재하는 지루한 이야기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예를들어 <한니발 라이징>처럼 상당히 피곤한 과거의 이야기만 갖춰지고 그 이후의 언제 인지 알 수 없는 진짜 전투의 시작을 기다리기 이전에는 <배트맨 비긴즈>자체의 매력은 부족했다고 전해진다. 다행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시나리오에 천재성이 돋보여 다수 혹은 일부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이 안전지대였지만 배트맨의 진짜 이야기는 언제 시작되는지 마음이 급한 관객들도 적지 않아 있었다. 3년 만에 등장한 이 엄청난 작품은 외면했던 <배트맨 비긴즈>까지 역사의 애장품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질투심에 호평을 주는 관객들을 비난한다면, 그는 이 영화에 대한 거대한 메시지 그 자체를 부정하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 무엇보다도 대범하고 진실적이다. 배트맨의 우울한 겉과 속을 완벽하게 뒤집어버리는 조커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찢어진 입술사이로 스며나오는 대사. 하지만 관객이 믿고 있는 것은 배트맨 자신이 그 자체를 쫓고 있다는 인식 하에서, 이미 악당의 편으로 젖어들고 있는 것이다.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이 서사적인 이야기는 재미와 동시에 플롯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그 힘이 있다. 지금까지 블록버스터에 감정적이거나 이성적인 흡입력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