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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영화

졸업 (The Graduate, 1967)

지금봐도 색다르고 귀여운 작품 <졸업>은 그 포스터만큼이나 매력적인 영화다. 어떻게 보자면 매우 야하거나 부글부글 사람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려고 작정한 작품같기도 하지만 정작 부글부글 끓는 것은 주인공인 더스틴 호프먼일 뿐, 우리는 즐겨보는 입장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는 것일 뿐이다.

 이 작품의 시작은 후에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에서도 오마쥬되기도 할 정도로 묘한 개성을 내뿜고 있다. 당시로서는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졸업>은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로 범벅을 하기도 하는데 마이클 니콜스는 그 타이밍을 거의 완벽할 정도로 맞춰냈다. 

 마이클 니콜스가 선곡한 내내 등장하는 사이먼의 가펑클의 수 많은 명곡들은 영화 밖에서도 히트를 만들 정도로 그런 그 자신의 예상도 있었지만, 그는 비판적으로 당시 청년 대중들을 어떻게 끌어 나갈지 혹은 상업적인 방식에도 열광시키게 만들었다.

 당시 이처럼 파격적으로 선정적인 영화는 없다고 말한다. 작품의 주인공처럼 혐오와 공포를 이상하게도 대중에게 이 작품 자체의 상황처럼 인식되어 신랄하게 비판되면서도 마이클 니콜스는 당시 상황을 멋지고 귀엽게 비판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졸업>은 제목처럼 고등학교 졸업을 맞는 한 소년이자 청년의 이야기다. 끝을 의미하면서 그 동시에 다시 시작을 하라는 뜻이기도 한 <졸업>은 주인공인 벤에게 그나큰 고민 거리이다. 학력은 뛰어나지만 인생의 어떤 위치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중요하다는 인식을 깨닫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 벤 자신이 무엇이 두려운건지 아니면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인지는 특별히 알 수도 없고 영화 자체에서 중요하지 않지만 지금도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겪는 마음의 고통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만큼은 고등학교 생활을 그리워하는 것도 큰 고민일 수도.
 어쨌든 마이클 니콜스가 이 영화 속에서 너무나도 재미있게 표현한 것중 또 다른 방법은 벤의 표정을 수 십번 잡아내는 쇼트에서 존재한다. 벤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은 뭐든 저질러보려고는 하지만 그의 소심한 표정은 그 누구와의 대화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우리는 그의 심정은 이해하나 행동은 절대로 짐작 못하게끔 보여준다.
 

 <졸업>은 인물의 위치 설정 또한 적절하게 표현한다. 비로소야 자신이 찾는 사람을 찾았을 때 벤이 보여주는 표정은 그 대화와 인물간의 거리를 통해 심정이 어느 수준까지 미쳐 있나 쉽게 인식이 가능하다. 특히 자기 자신이 모든 사람을 떠나 어둠 속이나 물 속에 빠져 있는 모습, 그리고 심지어 혼자 생각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 역시 이는 극대화된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보여주는 더스틴 호프먼의 정색은 무섭기는 커녕 이제는 귀엽다고나 할까. 더스틴 호프먼의 이런 연기 방식은 마이클 니콜스의 주문이었고 지금도 <졸업>은 이 조합이 괜한 빨대같은 힘을 보여준다.
 
  영화는 벤 자신이 해보지 못했던 그 어떤 것으로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려는 준비를 하지만 모든 어른처럼 자신은 순순히 놔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항상 그는 잠들고 싶어하고, 물 속에 잠기고 싶어한다. 무엇보다도 어떻게해야 자기 자신을 졸업시킬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멋들어지게 선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더라도 나는 어른인척하는 아이일 뿐이라며 자기 자신을 보여준다.
 벤은 로빈슨 부인과 함께 섹스를 통해 불건전한 삶을 보내며 성인을 맞이하지만 한 때 청순했던 그런 사람이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영악해지고 어떤 욕망에 쫓기는 그런 사람과 함께 사랑도 아닌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한 괴리에 시달린다. 그리고 결국 벤은 엘레인을 만났을 때 그 자신이 얼마나 바보같았었는지를 깨닫는다. 깨닫는 과정은 짧지만 그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도 선명하기에 관객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항상 뒤돌아 본다. <졸업>은 존재하나 학교 졸업식처럼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고. 무엇을 하든 우리가 우리를 만든다. 다른 어른이 즐기는 그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내가 졸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