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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개 (The Fog, 1980)

  늦은 밤, 잠을 자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달래주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전해주는 괴담은 사실만 같았다. 영화 속에서는 괴담은 전설이고, 전설은 사실의 일부라는 것을 실현한다.  도시 괴담의 성분과는 사뭇 다른 한 저주와 같은 사악하고 황당한 전설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야 만다. <안개> 역시 어느 해변 마을의 100년 묵은 전설을 슬래셔 필름으로 조합한 공포 영화다. 후에 등장한 스티븐 킹의 <미스트>는 시력과 상상력, 그리고 정신적인 혼란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스릴러로 그린 매우 완성도 높은 짜임새를 제공하지만 존 카펜터는 지금까지의 작품 스타일에 걸맞게 오로지 공포의 근원과 이에 대응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100년 전인 1880년에 나병을 지녔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살해를 당하고 금을 강탈당한 선장과 선원들이 정확히 100년 후인 1980년 4월 21일에 자신들을 죽음으로 몬 자들에 대한 복수와 증오심으로 당시 자신들을 죽였던 공모자 6명과 똑같은 숫자의 사람들을 심해로 데려가려고 한다. 정말 단순한 이 이야기의 틀은 몇 년 뒤에도 우려진 초자연적 공포물에 유래가 되는 정도의 진부함을 지닌다. 그 전에도 <좀비 2>나, <서스페리아>처럼 다양한 작품들이 이런 조건을 많이 빌려오곤 하며, 감독인 존 카펜터도 이런 스토리라인을 답습하곤 하는데, 이 영화가 나름대로 각광받았던 이유는 평소 볼 법한 자연 현상에 심리적인 공포가 매우 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호러 영화 자체로써는 결국 전작 <할로윈>의 익숙함에 불과한 진부함을 주지. 그래도 아직도 기억되는 작품 중에 하나로는 이 영화가 수 십년이 지난 후에도 비슷한 작품들이 많아 나름대로 장르적 스타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다.

 <안개> 는 괴담의 실체화와 당시 안개의 절묘한 묘사, 그리고 심리적 불안감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많이 연출됐다. 가끔씩 깨지는 유리, 이유 없이 울리는 자동차 클락션음, 그리고 정전 현상은 단순하지만 지금도 이런 연출들을 많이 이용하고 패러디한다. 문제는 이런 연출들이 상황에 맞지 않으면 관객들에게 황당함만 줄 뿐이지만.

 차가운 바다 속에서 올라온 이끼 덮힌 유령들의 실루엣은 수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지만 압박감은 매우 얇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 숨어있는 무언가의 모습은 충분히 공포감을 유발시킨다. 비해 너무나도 느슨한 전개 스타일은 관객들에게 수 많은 의문 거리를 제시하게끔 만들어준다.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은 영화 속 희생자들에게 잦은 힌트를 주기 때문에, 영화 내부의 인물들에게는 몰라도 관객에게는 안개를 광경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때문에 진부하다. '이들이 언제, 어떻게 죽을까'만을 기다리게 만드는 <안개>인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존 카펜터를 기억하는 호러 팬들에게서는 이 작품은 가끔 기억되곤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인지 2005년에 리메이크되어 개봉되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