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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캐너 다클리 (A Scanner Darkly,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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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은 <패스트푸드 네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세상을 비꼬는가 했더니, 그 영화 자체가 비꼬는 것 만은 아닐수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본 영화는 스캐너 다클리. 스캐너 다클리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이용한 그래픽 영화였다. 미국의 만화를 보는듯한 움직임과 캐릭터의 심정을 통한 표정이 그래픽을 통해 왜곡된다. 그 느낌이 참 묘하다. 일반적으로 아우라가 느껴지는 작품은 인물의 표정에서 많은 오감이 교차하는데 스캐너 다클리는 뭔가 단절된 느낌이 들기도 하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점점 심오해지는 모습은 주도면밀해진듯 하다. 사실 <스캐너 다클리>의 원작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 리콜>의 원작자인 필립 K. 딕의 공상 과학 소설이었다. <토탈 리콜>의 경우 아놀드가 등장한 바람에 심오한 느낌을 찾지 못한 데다가 그 우락부락한 몸집이 사람을 던지고 쪼개고 하니, 졸지에 말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액션물이 되어버려 별 건수도 못 건진 사례였다. 그 이후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의 연기와 컴퓨터 그래픽이 충실한 몰입도를 발휘했는데, 후에 이 <스캐너 다클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꽤 상당한 묘사성을 보이는 듯했다.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 "지금으로부터 7년 후" 미국의 모습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상태다. 중독성이 심하고 복용한 사람에게 심한 도취감을 일으키지만, 부작용으로는 점점 사람을 파괴시키는 서브스탠스 D가 문제다. 여기서 "지금으로부터 7년 후"라는 이야기는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시점인데, 암시하는 수준을 보면  <스캐너 다클리>에서 말하는 '7년 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1년이 지나도 7년 뒤로 남는다는 막연한 설정이다. 고로 이 이야기는 사실이 될 수도있고, 단지 상상 속의 세상일수도 있는 그 중간의 모호한 조건을 띄고 있다.

 복용한 사람에게는 무엇이 눈에 비칠지 궁금하다. 당연히 나는 마약을 하지 않은 사람이고 마약 따위에 의지할만큼 나약하지는 않다. 그래서 감히 말하건데, 마약을 복용하면 누구에게나 이상향이나 꿈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 모습은 각기 다를 것이다. 아니, 혹은 공통적인데도 마약을 복용한 사람이 자기가 본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불변하다고 한다면 미스테리한 존재물이다. 다만,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할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영화 내에서 보여주는 망상들이다. 갑자기 거대한 크기와 숫자의 머릿니가 자신의 머리를 관통해 집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닌다거나, 경찰을 보면 어떤 불안감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단숨에 그 어떠한 의지를 꺾는다.
 영화 내에서 문젯거리인 서브스탠스 D의 지배를 막기 위해 정부에 비밀 기구는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지닌 감시 정책을 펼친다. 밥 아크터 (키아누 리브스)는 그 비밀 기구의 요원이다. 비밀 기구 안에서 행동할 때에는, 꼭 스크램블 수트를 입는다. 스크램블 수트는 사람의 모습을 매 순간마다 변형시킨다. 그래서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누군지도, 심지어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알 수도 없다. 다만 대화를 통해서 심정이 어느정도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 영화에서는 스크램블 수트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까지는 오직 밥의 모습만을 알 뿐이다. 그가 주인공이자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에.
 왜 피해자냐고 묻는다면 계속 이야기를 해주겠다. 밥 그 자신도 서브스탠스 D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지하 세계의 마약 공급책이다. 밥 아크터는 도시 외곽에서 두 명의 친구와 같이 지내게 되는데 사흘 내내 함께 서브스탠드 D를 복용한다. 그리고는 실없는 마약 얘기만 지껄이면서, 사흘 이외에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
 아크터가 경찰서에서 자신의 일을 할 때에는 프레드라는 코드 이름을 사용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상부는 밥 아크터임 자기 자신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얻는다. 이 이야기는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부분이 제시되기도 한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분명하면서도, 어딘가 모호한 이야기의 구조를 띈다. 그 자체의 모순의 효과를 발휘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추해달라는 듯 숨기는 것 처럼 보인다. 어쨌든 그의 영화 이야기와 필립 K 딕의 작품을 영화화 한것과 상응시켜보면 이 둘은 상당한 콤비이다. 적어도 나는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경험했으니깐 말이다. 다만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약간은 불안한 점이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 태엽 오렌지같이 '인간에게는 역설적이게도 범죄 본능을 가진 동물'이라는 결론을 이야기 하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지만서도 스캐너 다클리에는 그런 문제보다도 마약을 통해 보이는 환상, 인간 파괴를 중심으로 가볍게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난 굳이 거창하게 건설적으로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 속에서 몇 나오지 않는 음악에 묻혀 인물들은 흩어지는 대화를 주고 받지만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