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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mm (8mm, 1999)

  한 사립 탐정이 어느 부자가 소유한 스너프 필름의 진실에 대해서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당연히 이는 가짜가 아니며 스너프 영화를 찍은 감독을 만나기 위해 그는 더 위험한 사고 속에 빠져들게 된다는 내용이 끝이다. 탐정은 처음으로 접한 스너프 필름의 충격과 함께 죽임을 당한 소녀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그녀에 대한 진실을 파해치고 이해해주려는 행동을 한다. 


 조엘 슈마허의 작품들은 대개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중간 중간 단순히 보기 좋은 영화들. <폰 부스>라든가를 제외하면 갈수록 그의 영화가 성공적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그는 스릴러 영화를 자주 감독하는 편인데 그 중 괜찮을뻔했던 작품이 바로 <8mm>라는 영화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는 그다지 좋은 스릴러가 아니다. 소재 자체가 불온하다는 문제도 있고,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변태적인 취미로 몰고 가는 목적이 아니라 오직 스릴러의 일부분에 있어서의 그 소재만으로 뒤덮은 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저 편의 세상에 이야기, 도시전설의 일부일수도 있는 이야기를 8mm 카메라에 담겨져 있는데 주인공은 직업적인 습관과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인해 더욱 사건을 파고들려 한다. 하지만 그럴 수록 그는 위험해지고 관객은 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게될지에 대한 것을 걱정하며 지켜볼 수 있다.

 극 중 주인공이 '탐정'이라는 직업이라는 설정이 존재하지만 대중에게 놀라운 사건 사고와 미스터리는 충분히 관심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그 직업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역할을 해낸다. 입수까지는 원활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흘러보내는가에 대하여는 다소 와닿지는 않는데, 그는 8mm 필름 속의 소녀의 존재에 대하여 파고 들게 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그런 의지는 희미해보이고 더군다나 그가 그런 스너프 필름을 캐내는 과정 속에서 알게된 수 많은 이야깃거리들은 모두 버려둔채 하나의 사건에만 빠져들지만 막상 원동력이 될만한 것이 아니었다.

 행동이 카메라의 진실보다도 살인 장면의 희생자를 위한 인간애적 메시지도 담아 있다. 워낙 요즘에 구토를 유발할만한 막장 영화들이 많이 나온 것에 비해서는 오히려 순진한 영화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인물의 동기를 알기를 파악하며 보기에는 뭔가 정돈된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진부한 식으로 전개하다보니 스스로 인간의 변태적 속성을 쫓아가거나 동화되려는 것 같지는 않고, 그게 아니라면 니콜라스 케이지는 죽어나간 소녀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파고 들기만 한다. 물론 요즘 시대에서 이 영화가 나왔다면 코드는 더욱 하드코어해졌을지도 모른다.

   조엘 슈마허가 스릴러물에 일가견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까지는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그의 또 다른 작품들 중 <8mm>와 <넘버 23>만을 보고 미뤄봤을 때 그는 스릴러 장르 자체만의 분위기를 잘 이끌고 나가자는 노력은 심히 드러난다. 오히려 이게 역이 되서 잘 만든 영화의 분위기만 훔쳐 흉내내려고만 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을 정도다. <넘버 23>에서는 심각한 분위기에 비해 맥빠지는 사실 처리가 크나 큰 오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폰 부스>도 그랬고. 거기에 관련해 <8mm>는 '스너프 필름'이라는 소재로 시작해 대리 복수로 마무리하는 난데 없는 클라이막스를 감행시켜 보고나면 상당히 맥이 빠지는 영화였다. 끝장을 보겠다는 긴 러닝 타임이 독으로 작용했다고 해야할까.
 여러 장르에 몸을 던지는 조엘 슈마허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가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약간의 걱정은 드는 것이, 약간 투명한 색깔을 두는 영화만을 창조하는 것 같다. 다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부분은 러닝 타임이 길어도 몰입도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