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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시 (Lucy, 2014)

 


 내가 열광하는 뤽 베송의 작품은 <제 5원소>나 <레옹> 정도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레옹>은 달리 이유를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레옹>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것은 의외로 뤽 베송 영화 특유의 유치함이 그대로 영화에 베여있어서인지 생각만큼은 감동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그 영화 속의 악역으로 등장했던 개리 올드만은 지금 상상해도 환상적이었다.

 한편 조금 유치하거나 괴작 취급을 받았던 <제 5원소>의 경우에는 배경 장치라든지 브루스 윌리스가 너무 화끈해서 좋았던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도 개리 올드만이 너무나도 연기를 잘해줬기 때문에 나쁘지 않게 느껴졌는데 <제 5원소>는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뤽 베송의 <루시>도 전작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 같았다. 악역은 정해져있고, 주인공은 초인적이고 강인하고 전문적이기까지해보인다. 물론 영화 내에서는 평범했던 사람을 약을 통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주었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장치들에서는 내게는 크게 독창성도 없고 감동이 없었다. 이미 수 십 년전 사이버 펑크는 이미 <아키라>와 <스캐너스>에서도 지독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최근의 <크로니클>은 동시대에 걸맞게 신선한 흥미를 주었다. 

 

 이 영화는 평소 10%미만의 뇌 사용 능력을 가진 인간에게 그 이상의 사용량을 발휘시켜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루시'는 알 수 없는 조직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이 조직은 특수한 약을 밀매하기 위해 그녀를 운반책으로 선택해 몸 속에 약을 담는다. 우연히 그녀는 복부를 가격 받으면서 약이 파열되어 몸 속에 흡수되기 시작하고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이 영화 속의 가설에는 인간의 뇌 사용 능력이 10%, 20%...로 올라가면 더 이상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해버린다. 그 동시에 초인적인 능력을 제공해주는데 전자를 이용한 텔레파시나 

염력 등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 아이디어는 영락없는 <스캐너스>를 의식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녀가 끝내 초월적 존재가 되는 것을 보면 <아키라>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이 세상은 삼차원 이상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리얼리즘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고.

 

 이 영화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불렀던 이유 중 하나는 최민식이 악역으로 등장했다는 것인데 역시 그의 강렬한 연기가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영화에서 '최종 악역'으로 설정되지 않는 탓에 '장 사장'의  비중은 숙적이 아닌 시작의 전부였기 때문에 아쉬었다. 이 말은 최민식이 아깝다는 것이 아니고 내용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었기 때문이어서 영화 자체에 밸런스가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져서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거의 킬링타임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짧은 러닝 타임과 전개 속도를 자랑한다. 뤽 베송 영화가 대체로 '어떤 것들'을 표현하거나 스타일리쉬한 상징들을 담으려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영화가 생각보다는 매우 단순한데 어떤 '초월'에 대한 경외감은 만들어주지 못해 아쉬웠다. 루시가 각성한 후부터 영화의 밸런스는 액션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는 기억나는 장면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말장난에 익숙한 뤽 베송 영화라고 해야할까. 이런 액션들은 <트랜스포터>나 <택시>를 보면 너무나도 익숙할테고 이보다 더한 매끄러운 긴장감은 <테이큰>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