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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2013)

 <노예 12년>은 1800년대 흑인 노예제가 행해졌던 미국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주인공은 흑인인 자유인이지만 어느 날 납치를 당해 억울하게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인생은 마치 하루 아침에 모든 돈을 잃은 것처럼 완전히 변한 것이다. 이 억울한 그의 인생은 12년의 여정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실화임과 동시에 역사 속에 사라진 치욕적인 사건들을 목격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사실 이것마저 하나의 '드라마'가 되었지만 스티브 맥퀸은 마음 속의 역동을 고요한 분위기로 표현해낸다. 흑인 노예들이 불렀던 노래들은 가슴을 흔들기도 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먼 세계의 과거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침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문화 면에서도 대단히 수준이 높아진 덕분에 이 영화는 큰 반응을 모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일 뿐 말이다.

 이 영화는 하나의 노예 인생을 열심히 말해주지만 이것은 처음과 끝을 지정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임을 알려주는 설정일 뿐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원래 흑인이지만 자유인으로써써 대다수의 흑인 노예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극소수의 삶이었을 것이다. <노예 12년>은 주인공이 노예로 살아가던 과정 중간 중간마다 노예 이전의 평범한 삶을 지냈던 과거가 혼합된 장면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영화 중간, 그는 어느 가게에서 자신을 궁금해하는 흑인 노예와 아주 잠시 마주친 기억을 회상한다. 이 장면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세상이 정해놓은 규율이었고 그 법은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극적인 것은 중요하다. 크게 슬프다기보다는 아주 화가 나거나 어이가 없는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백인들이 무지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어떤 땅의 주인은 개인적인 이유로 빚을 졌을 뿐이었을 것이며, 어떤 자는 법이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많은 수의 노예들이 그들에게 무릎 꿇으며 살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 근성'은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대단히 중립적인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준 것처럼, 이 이야기는 한 밤에 납치를 당해 억울하게 노예로 12년을 살아온 어느 흑인의 이야기임에 그가 겪은 치욕과 바라본 고통의 순간들을 서사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정도면 어떤 감정과 연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구분이 갈 것이다.


 한편 영화의 단순한 볼거리에 대해 언급하자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브래드 피트의 비중이 상당히 적다. 반면 마이클 패스벤더의 비중이 상당한 수준인데, 그가 망나니 연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 <프리즈너스>에서 켈러를 연기한 휴 잭맨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또한 1800년대 당시의 미국 세계관과 정서가 낯설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를 참고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다만 이쪽은 분야가 다르다보니 익숙해지는데 어느 정도 도움만되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