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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저링 (Conjuring, 2013)

 말레이시아 감독인 '제임스 완'은 이미 <쏘우>로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쏘우>의 충격이 한창 갔는데,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미디어 공유가 슬슬 흥하기 시작할 때였고, 이 와중에 커뮤니티 등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그런 영화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뜰 수 있었던 조건이 비디오 시대와는 달랐던 것 같았다. 각설하고, 그런 제임스 완의 영화 제작 스타일이 2010년대에 넘어와서 오컬트쪽으로 많이 관심이 가는 듯 했다.  2010년에는 그의 영화 <인시디어스>를, 그리고 2013년에만 속편과 <컨저링>이 나오게 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전작인 <인시디어스>와 매우 유심있게 비교하면서 보았는데,'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자 이유였다. 그것만 봐도 충분한 것이 영화 속 무대인 집은 아주 편안해야할 곳이 가장 무서운 곳이 되어버리고 작지만 유령이 나오기 충분할 것 같은 분위기인 넓은 공간이 줄 수 있는 공포가 있었다. 한창 나는 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고선 냉장고 소리만 들어도 불안하게 만들 정도다. 이와 비슷한 소재는 많다. <아미티블 호러>도 있었고,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시체스 별장의 공포>도 있었다.

 공포 영화가 맞닥들일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클리셰가 줄 수 있는 모든 단순함의 가능성이었다. 공포 영화들이 늘 그렇지만, 소재와 타입이 익숙해질수록 관객은 항상 반사적으로 예상하려하고, 처음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장면들이 익숙해서 영화가 끝난 후 한참 생각해보니, 이게 클리셰였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혀를 찬다. 나는 이 영화를 한창 보면서 어디에서라도 그런 공통점이 발견될까봐 걱정됐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미국으로, 어느 가족이 집에 이사를 오면서 겪게 되는 기이한 현상으로 초반을 장식한다. 알다시피 이 기이한 현상들이 점점 가족들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또 다른 주인공인 퇴마사 부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여기서 <인시디어스>와의 차이점은 배경이 1970년대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도구가 주는 비중이 매우 적다. 사진 촬영의 경우 내가 상당히 긴장했던 부분인데, 심령 사진이 주는 공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펼쳐질 수 있엇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저링>에서는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것을 묘사해냈다. 이와 관련하여 <인시디어스>에서는 과학 도구가 초자연적 현상과 공존하기 쉽게 명확한 기능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주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컨저링>의 전개 흐름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다. 초 중반은 유령이 등장하기까지의 모든 것이 겸비되어 있고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엑소시즘 장면은 불안감을 적절히 끌어올린다. 

이 영화에는 제임스 완이 이전부터 관심 있던 것들에 대한 힌트가 표현되어 있다. 지하실의 오르골, 반쯤 망가져서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 같은 인형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인시디어스>의 그것만큼 대등한 정도로 깔끔하다. 당시 <인시디어스>의 제작자였던 오렌 펠리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1편의 감독이었는데,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탁월함을 선사하였으며 제임스 완은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하였고 비로소 <컨저링>을 통해 완성도를 높혔다.


 사족으로 다수의 공포영화들을 홍보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이 이야기는 실화에 기초함'이라는 문구는 실화 그대로를 영화로 만들어다는 것이 아니고, 밑바탕을 할 뿐이라는 뜻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유투브의 예고편처럼 '그 집'을 둘러싼 100년간의 사건과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체험하는 장면들은 영화를 보고 났뜰 때에도 이상하게 더욱 현실처럼 받아들여지며, 직접 볼 수 없는 순간에서 상상할 수 있는 공포로 가득찰 수 있는 덕에 가장 흔하고 효과적인 홍보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