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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 아웃 앤 플레이 (Come Out And Play, 2012)

 한 부부가 멕시코의 어느 외딴 섬으로 여행을 온다. 새 아이를 가진 만삭의 여인과 멕시코어에 능통한 남자. 둘의 여행은 늘 설레고 평화로우며 행복해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시작은 섬으로 출발하기 전 날 밤 불꽃놀이가 너무나도 황홀했으나, 곧 이 둘이 놀러간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서서히 불길한 기분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마을을 둘러봐도 섬에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처음 도착할 때 본 아이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만, 금방 끝난 섬의 축제 덕분에 사람들이 곯아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를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둘은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게되고 그 감시자들은 마을의 어린이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연히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들이 장난치듯 마을의 어른들을 학살하고 파괴하는 것을 목격한다. 혼란에 빠진 부부는 생존자를 찾지만 하루 사이에 발생한 이 기가 막힌 사고를 접한 생존자 역시 그들로부터 희생되고만다. 점점 아이들은 주인공인 부부를 향해 강도 높은 장난을 치기 시작하고 부부는 섬에 빠져나갈 것을 결심한다.


이 영화는 스페인 산 호러 영화 <누가 아이들을 죽일 수 있겠는가?>의 리메이크 작 영화라고 한다.  원작이 어찌됐건 간에, 이 이야기의 특징은 고립된 곳에서 겪는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것이 아닌, 원작의 제목처럼 아이들을 죽일수 밖에 없는 상황을 몸소 체험시켜주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전적으로 시각적인 충격에 의한 심리적인 공포에 의존하도록 연출되어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인물들의 행동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확답할 수는 없다. 시종일관 어른들의 신체를 훼손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을 보며 경악해야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표정은 그냥 모래사장에서 웃으며 노는 아이들 같은 모습이다. 어른의 신체는 그들에게 장난감이다. 머리를 공처럼 발로 차면서 놀고 귀나 입술, 손가락처럼 보이는 훼손된 파편으로 목걸이로 만들기도 하고 마치 미술시간처럼 잘린 발에 달린 발톱을 매니큐어로 칠하는 말 그대로 순수한 장난을 사람의 신체를 이용하여 보여주고 만다. 사실 이런 시각적인 충격을 전달하는 방식과 심리적인 걱정을 끼치게 하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을 이 영화의 의도처럼 보여지는데,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훨씬 파격적인 시각적 충격이 무언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화의 중 후반부에 주로 등장하는 도살 장면은 충격에 가깝진 않아보인다. 왜, 워낙 이런 영화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익숙할지도 모르기 때문이고, 그것을 살해하는 이 어린이들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영혼없는 것 같은 행동에 적막을 감싸일으킨다. 그리고 고전적인 방식을 빌렸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의 행위를 어른이 받아들이면서 이 아이들을 죽여야할지 고뇌하는 심리적인 방식을 연출하긴 했지만 시대에 뒤쳐진 감정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컴 아웃 앤 플레이>는 지금 보아도 좀비영화 일종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있는 이 사건의 배경은 루치오 풀치의 <좀비 2>와도 비슷하며 주인공들을 고뇌하게 만드는 근친 살상이 '어린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변형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섬을 나서기 시작한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하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난지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고 문을 닫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