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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루퍼 (Looper, 2012)

 라이언 존슨의 <브릭>에서 보았던 것처럼 조셉 고든 레빗은 그의 작품 스타일에 특히 잘 스며들어 있다. 주연의 이미지를 본따 그려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작품 자체에서 풍기는 연출 방식은 조셉 고든 레빗 스스로도 아주 잘 맞추어 연기한다. <브릭>의 영화 스타일처럼, <루퍼> 역시 라이언 존슨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깊게 베인 작품인데, 이를 오해하는 경향이 많은 모양이다. 광고가 그렇게 과도하지 않았는데도 국내 관객들은 모처럼 긴박감 있고 치밀한 플롯의 두뇌 스릴러라고 오해한 탓에 약간 지루해보였나보다.


 영화의 제목은 "루퍼"란 미래의 조직에서 보낸 타겟을 죽이고 돈을 받는 직업을 말한다. 영화 속의 '

루퍼' 라는 직업은 미래에서 포박된 사냥감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면 총으로 쏴 죽이면 된다. 그리고 돈을 챙기면된다. 그것이 끝이다. 주인공 '조'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루퍼이며 어느 날 그는 평소처럼 일을 하기 위해 타겟을 기다리지만 시간이 지나도 타겟이 도착해하자 불안해한다. 곧 타겟은 도착하지만 그 타겟이 미래의 자신이다. 미래에서 루퍼 자신을 보냈다면 그것은 계약 종료임을 뜻하고, 계약 종료와 동시에 두둑한 보수를 보내준다. 만약 자기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계약 위반이다. 여기서 조의 첫번째 과제는 자기 자신을 죽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당연히 당황한 그는 마지막 일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


 이후 그의 인생을 시간적으로 두가지 전개로 보여주는데, 관객은 그 미래를 이미 봐버린 상태에서 그보다 더 나아가는 진짜 미래를 체험하게 된다. 영화 초중반에는 '조'가 결단을 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지만 이를 계기로 과거와 미래의 한 인물이 만난 순간 전혀 생각도 다르고, 같지 않은 행동을 보여준다. 이미 겪은 사람은 겪지 못한 사람을 설득해보려고 해도 실패할 뿐이다. 이는 수 차례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을 겪는 계기이며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하는데 기인한다. 물론 미래의 그가 과거로 돌아옴으로써 모든 사건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뒤틀려버린다. 여기서 시간의 역설은 적절하게 활용된다. 추적과 인물의 심리 갈등을 복잡하게 분산시키고 이해하게 하는 스타일은 라이언 존슨의 감각적 능력이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미래의 조가 자기 자신을 죽이고 난 뒤 보여주는 간략한 시간의 흐름이다.


 미래의 기술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세상을 배경으로 둔 <루퍼>의 시대적인 설정은 타임머신의 존재에 대한 사실적인 근거와 의심을 뿌리치고 출발한다. 애초에 이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논리적인 근거에 따른 흥미로운 SF가 아닌 누아르 스타일로 전개된다. 과학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공의 개인의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여파를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계기를 말하므로 영화는 사실 시간을 다룬 SF의 흥미로운 주제를 뒷받침하지 않을 뿐더러 심리적인 논리에 근거하지 않아야 하는 작품이다.

 

 대체로 이 영화의 나오는 인물들은 대체로 선하지 못한 캐릭터이다. 특히 미래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고 이 주제가 매우 소설같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중반이 지나면 상당히 지루해지기도 한다. 빠르게 펼쳐 놓은 줄거리는 중반이 지나면 급박하게 느려지고 조용해진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조곤조곤히 설명해내며, 이 부분에서 관객은 결말을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보기 까지는 그 결말의 가능성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는 그 불안감은 허물을 벗으며 일어난다.

 이 영화에서는 여느 SF소설처럼 가상의 설정이 관객을 흥미롭게 이끌어주긴 하지만 단지 영화 초반부터 깔아둔 모든 설정을 전체 스토리를 우연의 일치를 위한 계기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브루스 윌리스와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는 서로가 가진 독창적인 연기력을 통해 영화를 재미있게 끌고가지만 영화 속의 동일 인물이라 하기엔 공통점을 찾기란 어려워보인다. 외모 때문인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