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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Drive, 2011)

 애초에 70년대 영화를 기억하지 않는가 하면 이 영화는 대중에게 있어서 매우 느리고 둔탁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니콜라스 빈딩 레픈이란 감독 이름도 익숙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모든 흐름조차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의 과묵한 주인공 드라이버는 낮에는 자동차 정비소의 직원 일을 하고 밤에는 범죄 행위에 트랜스포트를 해주며, 때때로는 자동차 스턴트 운전을 해준다. 영화의 제목처럼 드라이버는 오직 자동차 안에 있을 때만 존재가 단단해진다. 그가 차 속에 있는 장면은 다양하다. 어느 날 그 앞에 한 여인과 친해지면서, 냉혹한 사건들에 휘말린 드라이버는 해결의 방향을 찾지만, 영화 속은 모든 상황이 거칠어질 뿐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진행이 매우 느리고 복잡하지가 않다. 인물간의 성격은 매우 뚜렷하고 심지어 악역은 스스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득을 위한 악역을 자처한다. 주인공은 오직 사건에 휘말렸을 뿐이고 어느 상황에서나 보았던 영화처럼 이런 잔혹한 사고를 논리적 방법을 통해 해결하지 않으며 끝을 향하여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까지 관객에게 수 많은 시선과 분위기로 이를 설득시키고야 만다.

 이 영화에 대한 의도보다도 마케팅 방법에 불만이 많다. 이전에 판시네마에서 SNS를 통한 홍보를 쭉 지켜보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키워드는 '액션 쾌감', '충격' 등 그저 한심하고 이목을 집중시킨 방식으로만 영화를 알렸기 때문이었다. 시사회 당시에도 현장 반응은 시큰둥해 보였다. 앞 좌석에서는 자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 영화를 관람하는데는 무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 영화는 뤽 베송 식 영상미는 일부에 그치지 못한 단순하고 빠른 액션처럼 오해받을 뻔했다.
 이 영화는 70년대 액션 필름을 현대의 영상미에 어울리게 만든 영화다. 특히 영화를 본 다수는 영화 속 주인공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의 이미지와 그 연기력을 스티브 맥퀸이나 리 마빈의 기억을 다시끔 나게 해줬다고 평가한다. 비슷한 느낌이지만, 차별성은 있다. 과묵한 성격의 주인공, 말보다는 행동으로 대신 보여주므로 이 영화의 작품적인 성격과 영상에는 너무나도 알맞은 캐릭터와 연기력이다. 또한 <드라이브>는 사운드트랙의 향연을 통해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게 느껴진다. 그런 장면일수록, 생각할 시간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면 관객은 지루해질 뿐이다. 반대로 영상 그 자체에 몰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영화는 대단히 감성적인 영화이다. 생각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해도 된다.
 이 시대의 영화에서는 이미 폭력은 시각적 영상 수단 밖에는 뒤지 않는다. 오직 하드보일드를 추구하며,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그런 영화가 대세일 뿐이다. 요즘 영화의 폭력은 <드라이브>처럼 행위 그자체가 아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단지 일견의 시각에 한에서는 목적은 엄연히 다르다.  많은 이들은 현대 영화의 멜빌 혹은 페킨파와 버금간다는 형용으로 이 영화의 감독을 평가한다. <드라이브>의 영상미는 관객에 대해 엄청난 감성 자극을 거의 정확한 수준으로 동기화시키고야 만다. 인물들의 관계 작용이 매우 냉혹하며 느리지만 절대로 뒤를 보지 않는 영화다. 그럴수록 결말은 어쩔 수 없다. 라이언 고슬링의 눈빛은 거의 영화의 기운에 흡수되어 있으며 영상미 또한 아름답다. 캐리 멀리건의 아름다운 모습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