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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1996)

 영국, 4명의 젊은 청춘이 마약과 섹스, 술 그리고 돈의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아스트랄하게 보여준 <트레인스포팅>은 영화화되기 3년 전에 나온 어빈 웰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대니 보일의 스타일은 여기서 많이 나왔다고 알려진 듯하나 워낙 그의 영화 장르들이 다양하다보니 감 잡기는 쉽지 않다. 마약을 소재로 만든 범죄 영화이기 때문에 사회 비판적인 내용에서 매우 잘 다져져 있지만 렌튼의 나레이션을 통한 행동과 생각 관념에 있어서는 범죄의 요소에 충실한 편인 것 같다. 후반 스토리의 전개로 보면 마지막은 어떠한 해방이나, 자유로운 모습을 상징하는 주인공의 말처럼, 그저 평범한 범죄 영화를 보 듯 후련하게 끝나게 된다.


 이는 그다지 큰 이야기로 꾸며진 편은 아니다. 완벽한 충격의 그늘을 제공하는 여건도 충실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니 보일은 이 영화를 마약의 주관적인 관점을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영상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고무줄처럼 늘어져 있는 것 같다. 변기 속으로 빠진 마약을 찾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 주인공의 모습이나, 매우 길게 늘어나 있는 방, 그리고 천장을 기어 오는 아기와 같이 제정신이 아닌 환상들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상당한 나레이션에 의지하는 흔적도 있다. 또 다르게는 다양한 혐오적 영상도 있다. 허나 이는 <레퀴엠>처럼 최고로 우울하지는 않다. 사실에 근거하는 드라마처럼, 숨막히는 어딘가로 빠뜨리는게 아니다.
 마약을 벗어나지 않고 합리화하는 이 어리석은 인물들은 마치 자기 대변과 함리화에만 심취해있다. 그러나 4명의 인물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이상을 꿈 꾸는 남자들이고 각자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성격만이라도 착한 사람이 있지만 반대로 정말 깡패 캐릭터도 존재하는 것처럼 매우 독특할 정도다. 일상은 망가져있으며, 그들이 사는 집안은 마치 쓰레기장과도 같다. 어쩐지 이들의 모습은 힘 없이 행복하게 썩어가고 있지만 그리 크게 유쾌하지도, 그렇다고 적막 하지도 않다. 의미 없는 대화와 말투가 있는 것처럼 또 다른 특별한 감상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튼처럼 미쳤다가 다시 어떻게 잘 되길 바라면서 욕망을 결정짓는 무언가를 뿌리치기 위해, 결심하고 돈을 들고 나온 장면처럼 관객의 입장에서도 유쾌한 영화다. 더불어 영국 영화라는 냄새는 뇌 속 깊숙히 박혀있다. 이 영화는 그래서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