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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빨리, 푸시 캣! 죽여라! 죽여! (Faster, Pussycat! Kill! Kill!, 1965)

 그라인드하우스에서 볼 법한 싸구려 영상 기법, 저급적인 언어와 돌발적인 영상은 이 영화의 고유적인 수법이다. 전부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남는 것이 이런 것 밖에 없을 정도다. 러스 메이어의 영화 중 가장 독특하지만 그만큼, 가장 떠오르지 않는 단어와 관련된, 특이한 스타일의 영화가 된 듯하다. 

 대단히 싸구려를 자처하는 영화는 시작에서부터 주목적이다. 3명의 고고 댄서의 춤은 남자들을 열광시킨다. '우리를 더 흥분시켜달라'고 채찍질 하지만, 이 고고 댄서들에게는 유일한 갈망의 표현은 오직 자동차에 쏟아 붓는 것 같다. 이 오프닝은 나중에 그녀가 표현하는 분노와 욕망의 동기다. 쾨쾨한 연기와 끓는 듯한 엔진 소리가 요동을 친다. 섞이는 매연과 질주하는 황량한 도로 위에서, 고고 댄서들은 서로 티격태격대는 중 어느 황무지 트랙의 젊은 커플을 만난다. 이 만남에서 고고 댄서들은 커플의 남자와 3:1 경주를 하게 되고, 이상한 도발을 제시하던 댄서 중 하나가 남자와의 몸 다툼을 벌이며 몇 대의 타격으로 그를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녀들은 죽은 남자의 여자 친구를 납치하고 여전히 자동차를 타며 어디론가 향하고 만다. 어디 갈 곳 없이 의심을 피해 떠나 온 곳은 외딴 농장. 납치 대상과 함께하는 기묘한 타이밍에 이 고고 댄서들은 절름발이 노인과 그를 데리고 있는 좀 모자란 동생과 순진하고 선량한 형이 있는 농장에 접근하게 되는데, 그녀들은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고자 한다.
 <더 빨리, 푸시캣! 죽여라! 죽여!>는 1965년 개봉한 러스 메이어의 영화로 당시 규모가 규모인지라,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나중에서야 <인형의 골짜기를 넘어서>와 같이 더 많이 인기를 얻게 된 작품이 되었다. 내용의 구성과 대사는 일부러 그런 것 같이 괜시리 난잡하다 느껴질 정도로 지저분하지만 흑백 영상 편집이 상당히 깔끔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재즈 풍 음악 편집과 촬영 역시 상당히 세련되고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는 고전 스타일에서 많이 흘려 온 흔적도 많은 것처럼 범죄의 장르에서 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 알다시피 필요한 부분도 아니고, 작품 역시 범죄로 시작해서 범죄로 끝나자는 주의도 아니다. 개인적인 동기도 또한 철저하지는 않다. 쓰고 나서 구겨 버리는 종이와도 같이, 쓸모 없어지 듯 기억 저편의 조각으로 남는 수준이다. 장점도 단점도 아닌 이 자체로써의 취향이라고 불러도 될 수 있을 정도다. 영상의 스타일은 지금의 컬트 영화에서 많이 빌려 오는 작품들이 많을 정도며, 심지어 타란티노가 <데쓰 프루프>에서 비슷한 장면을 많이 빌려왔을 정도였으며 이 영화 속의 오히려 유치할 법한 분위기에도 시종일관 스타일에 벗어나지 않는 노련함을 선보인다.
 러스 메이어는 이 영화를 주제를 속도와 성, 그리고 폭력 세 가지 요소로 하여금 사건의 배경을 만들고자 했다. 단 몇 방의 타격기로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은 사회적으로는 큰 파장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성적인 지칭을 대변하는 고고 댄서들은 자유와 욕망의 수단을 돈과 속도로 함축시켰지만 이용되는 수단 역시 옷차림이나 섹스 심볼적인 이미지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각각 차별화된 세 명의 여자들은 연약한 여자를 납치하며 입막음을 시도하며 범죄의 시도와 성공, 그리고 뒤 따라오는 결말에 대변한다.
 영화 속에서는 정말 정상인 사람이 없다. 정작 정상적인 인물은 죽임을 당하거나 호된 꼴을 당한다. 이 괴짜적 코미디에는 여전히 러스 메이어가 스스로 선호하는 시대 속의 또 다른 문화의 일부가 남아 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장난과도 같은 물건에 불과하며, 동시에 또 다른 문화적상징을 뜻하는 신나는 영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