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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캣 피플 (Cat People, 1982)

 사랑을 하면 표범으로 변태하고, 살인을 하면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설정을 지닌 고대 신화적 종족인 캣 피플은 이 영화의 주제이자 제목이다. 1982년 동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기존의 설정과 함께 에로티시즘과 스릴러의 결합으로 꾸며진 <캣 피플>은  나르타샤 킨스키의 전라 연기가 큰 주목을 받았으며 말콤 맥도웰의 광기어린 연기도 주목할만했다.
 <캣 피플>은 1942년에 오리지날을 바탕으로 폴 슈레이더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으며 원작과의 시간이 40년이라는 긴 시간과 더불어 나쁘지 않게 만들어진 덕분에 오리지날보다 더 잘 알려진 형태다. 폴 슈레이더는 <캣 피플>을 계획부터 고양이 상을 주제로 한 공포와 에로티시즘을 결합시켜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으며, 특히 무엇보다도 붉은 색의 피보다도 사람의 뜯겨나간 살갗같은 또 다른 시각적 공포를 내세우길 원했다. 이는 고어의 성질이 상당히 강한 B급 영화로서 완성이 되었다.

  신화가 판타지로 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그 것을 어떻게 적용시키느냐에서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장르적 요소에 따르면 이 묵직한 장판은 슈퍼 히어로 물이 되는 경우도 많고 반면 이 영화처럼 스릴러가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익숙한 듯 이런 기본 바탕이 영웅물의 탄생에 좋은 주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스릴러 영화에는 탄생의 근원이 아닌, 신화적 판타지가 주인공들의 비밀로서 이용될 뿐이다. 주인공의 정체성에서 자신이 타인과 사랑을하여 표범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정해진 규율에 따라 근친상간으로 영원한 인간을 택할 것인지가 그녀의 가장 큰 고뇌이다. 이 이야기가 결국의 비장미를 제시한다는 것은 사랑 이야기와 인물의 비통함이 가득해야할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그냥 에로티시즘의 영상과 긴장의 경험만을 따지면서 끝을 낸다.

 물론 영화가 끝난 이후에까지 이런 장면들이 판타지적 요소를 더욱 신비하게 다뤄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 전개되는 장면의 수준이 뒷받침시켜주진 않을 수도 있다. 어색하진 않지만, <캣 피플>은 정확한 장르가 아닌 상태로 종결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스릴러에 종속되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비밀을 캐내가는 과정에서는 꽤 고민이 된다. 영화의 캣 피플은 인간에 속하지 않기에 근친상간을 해야하는 종족임을 강조한다. 허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큰 중요한 고민을 장르적 한계에 벗어나지 못하고 아주 짧게 결정하며 인간인 그녀가 표범과 교감하는 장면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나르타샤 킨스키의 눈빛이나 행동 그리고 정사 장면은 이런 빈약한 점을 충분히 줄여주긴 해서 인상 깊었을 정도. 그녀의 표범에 대한 친숙함은 그저 자신의 정체성에서만 한정된 것일 뿐, 이 이상의 의미는 없게 된다.

 폴 슈레이더는 이 영화를 자신의 첫 영화에 대한 악몽을 꿈 꾸는 듯한 기분으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계기를 발전시켜 이 영화에서의 표범을 신화적인, 신성한 우상처럼 신비롭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아쉽게도, 심리적인 공포는 다양하지만, 충격적이거나 무언가 더 깔끔하게 끌어올릴만한 클라이막스는 정사 장면 외에는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캣 피플>은 뭔가 중요한 장면이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고전의 프랑켄슈타인이나 늑대인간같은, 지독할 정도의 수준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작품들이 호러 영화의 오락적 요소를 가미시켜주었기 때문일지도 몰라도 이처럼 <캣 피플>은 장르 영화의 한계로 인해 특수 효과나 고양이의 시각을 이용한 몇 몇 장면들은 드물지만 상당히 눈길을 끈다. 오리지날 작품에는 후속편이 존재하지만, 이 작품은 후속편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는 매니악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아니면 후속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제작자들 측에서도 그러기를 바랬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다양한 성질이 후에 1995년의 <스피시즈>같은 스릴러들의 참고적인 작품이 되기도 하였는데 비디오 영화로써는 좋았지만 막상 아예 대놓고 그런 영화를 만든 것을 보면 한심하기까지 한 생각도 가끔 든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좀비 스트리퍼스>같은 맛 나간 영화도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이 영화 속의 마지막 곡인 데이빗 보위의 Cat People은 당시 꽤 인기를 얻었고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도 이 곡이 쓰이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표범의 위협적인 얼굴과 함께 이 노래가 나온 것은 다소 이상하지만, 주제에는 벗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