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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 (RED, 2011)

 DC 코믹스 동명의 만화 RED를 원작으로 그려진 액션 영화 <레드>는 은퇴한 CIA 요원이 국가로부터 암살당할 위기를 겪어 역으로 반격하는 내용으로 그려진다. 원작의 냉혹함에 비해서 너무나도 훈훈한 해피 엔딩이었기 때문에 <레드>는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 익숙하지만 그만큼 평범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원작에 비해 영화로서 주목받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루스 윌리스,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등의 중견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그들이 쌓아온 이미지에 대한 어필도 됐고 반응도 꽤 좋았다. (실제로는 아직 아니지만) 이미 전성기가 끝난 것 같은 나이가 든 배우들인 덕분에 캐스팅은 매우 훌륭했다.


  이 영화는 계획 당시부터 최대한 원작과 비슷하게 완성시키기로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원작과 최대한 똑같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꾸며낼거라는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당시 영화 제작 형편에 걸맞기 위해 매우 붕 떠있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연출되었으며 만화와의 차이에 있어서는 정확히도 순수한 액션 영화처럼 만들어졌다. 영화의 결말을 입히면서 꾸며진 사소한 편집 장면은 완전히 고전작품의 망상에 휩싸인듯한 만화같은 분위기를 주기는 하지만 딱히 효과적이지는 않다.
 <레드>의 액션 장면은 대개 10장면 이하로 기억되는데, 어쩐지 배우들은 '나는 조금 더 오래 살아야해!' 하며 몸 사리기 바빠하는 것 같지만 그다지 긴장을 주는 장치는 있지 않다. 반면 이 말도 안되는 주인공들의 스킬들은 적을 요리하는데 관객은 그것을 지켜보며 즐길 수 있게된다. 단순히 결말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영화인 것이다.

 대부분의 재미있는 액션 영화는 80~90년대의 스타일에서 비롯하는데 다양한 공간적인 장면 전환이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단서를 가지고 추적하며 사건의 근원 발견하는데까지는 매우 흥미롭고 영화의 호흡을 맞추는데도 쉽고 적절하다. 특히 이런 멀티 캐스팅은 각 배우들이 맡은 배역들의 역할이 잘 배분되어 있다. 브루스 윌리스는 액션을 맡고 존 말코비치는 코미디를, 헬렌 미렌과 브라이언 콕스는 그들만의 러브 라인을 만들고 제법 짐이 된듯한 메리 루이스 파커는 액션 영화마다 늘 등장하는 민폐 여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어쩌면 이 단순한 구조는 헐리웃에서 성공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이다.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흥행성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어떤 장면 혹은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에서 메시지를 남긴다면 그것은 관객이 해야할 부수적인 것에 그치고 말것이다. 요즘 시대에 마블이나 DC의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이로써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