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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8일 후... (28 Days Later... ,2002)

 <새벽의 저주>보다 2년 일찍 개봉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훨씬 낮았던 <28일 후...>는 좀비 영화 역사 변화에 큰 기여를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 좀비의 소재 자체는 컬트성이 짙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기쯤부터 비디오 시대는 거의 막을 내렸기 때문에, B 미만의 수준 낮은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좀비 영화들은 일단 극장에 개봉되기만 하면 대중들에게까지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르로까지 거듭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대니 보일의 처음으로 선보인 공포 영화이자 당시에는 대부분이 손을 접은 소재였던 좀비 장르의 부활을 그린 충격적 영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특히 점점 긴박한 동작의 카메라 촬영과 사실적이고 잔인한 공포의 소재를 따지기에는 이 영화는 매우 높은 완성도의 설정을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주술에 기초한 좀비의 기원을 벗어난 현대 과학의 종말을 기초로하는 바이러스 멸망설을 기초로 영화화했으며 모두가 이 이전에 알고 있던 익숙해졌던 좀비와는 다르다. 그들은 매우 빠르며, 엄청난 전염 속도를 가지도록 나와있고 이로 하여 인물들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 속에 취하도록 만들어버린다. 허나 이런 빠르고 심리적인 압박과 더불어 한정된 수준 이상의 액션 영화급으로 독촉스러운 전개는 이 영화가 과연 '좀비 영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충분히 살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면 문화적인 새로운 용어가 창조되었을 가능성도 보일 것 같았다.

  <28일 후...>는 특이하게도 휴대용 캠코더를 이용한 영상이 돋보이는데 예를 들어 영화 초반 부에 아무도 없는 밝은 새벽의 거리를 조심스럽게 걸어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을 하이 앵글로 적용하였으며 이는 후에 등장할 광분적인 존재에 특성과는 맞지 아니하기에 초반의 멍한 심리 상태의 반전을 유도시키는 주된 요소이다. 비디오 영화의 느낌이 날 정도의 떨어지는 화질은 이와 반대로 요즘 영화의 매우 빠른 영상 전개와의 조합은 멀미가 날 정도의 어지러운 느낌이 났으며, 이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말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대니 보일은 의외로 이 시기에 잘 만든 영화들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많으며 재미만으로도 다양한 방면을 차지한 작품이 많다. 특히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의 수준 이상의 장르적인 개척을 선보인 작품이다. 안정적인 스릴은 후의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가 더 이를 참조하여 더 보완된 것 같긴 하지만 물론 <새벽의 저주>는 조지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의 리메이크이므로 직접적으로 엮일 수는 없다. <28일 후...>의 좀비들은 이미 살아있는 시체가 아닌 그냥 감염되어 미쳐버린 인간들이라는 크리처로 여겨진다. 또한 광적인 분노로 집착한 인간의 모습은 매우 지독하게 자극적이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설정되었다. 특히 <28일 후...>는 <나는 전설이다>를 포함한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처럼 이 영화는 또한 바이러스로 인해 끝나가는 인간의 종말적인 회의에 젖게 만든다. 이렇기에 이 영화는 비슷한 연도 사이에 드물게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