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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론 (Tron, 1982)

 당시 월트 디즈니의 놀라운 디지털 프로젝트를 필두로 만들어진, 이 괴작이 등장했던 시기는 겨우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기까지 한 1982년이었다. (내가 분명 이 시기에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측 해보건데) 1982년의 세상에서의 미국 상업 영화는 슬슬 세부 장르와 블록버스터의 테크놀러지에 박차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론>은 등장했다.

나는 이후 새로운 리메이크 작인 <트론 : 새로운 시작>을 본 뒤 이 영화를 접했는데 스토리와 기본적인 설정 요소들의 설명이 오리지날 <트론>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점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여겨지는데, 어떻게 거의 8비트 이하의 수준이 구현된 게 임 세계에서 이런 이야기를 구상해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첨단 그래픽 기술을 도입한 이 영화는 여러 영화사에서 수 차례에 걸쳐 거절당하기도 하고 엄청난 예산 덕분에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1 982년 오리지날 <트론>의 단점은 당시 최고 기술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을 어지러운 영상 투성에, 스토리적 전개 방향에도 모험 요소의 빈틈이 상당히 노출되어 있었다. 관객들에게 또 다른 시각적 고차원의 신세계를 선 사한다는 커다한 프로젝트 이상의 효과를 보았을 수도 있었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과 함께 그저 잠시 동안 만 참으며 즐긴 뒤 나오면 되는 '착각의 방'을 체험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29년 전의 제프 브리지스가 지금보다 훨씬 젊은 목소리로 등장하며 다소 촐싹맞은 캐릭터로 모험극을 이끌어나간다는 게 즐길만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너무나도 순조롭다. 이후 낡은 컴퓨터처럼 오래동안 잊혀져갔던 영화 <트론>은 2010년 <트론 : 새로운 시작>으로 다시 스토리가 재설정되고, 비로소 이제서야 제 시대에 맞는 3D영화로 개봉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수확은 영화의 사운드트랙 스코어를 맡은 다프트 펑크의 팬들이었지만, 그 결과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보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후편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