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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란자 (Cruising, 1980)

 <프렌치 커넥션>이후 윌리엄 프레드킨은 <엑소시스트>로 일약 세계를 휩쓴 감독으로써 명성을 끼쳤다. 1971년 <프렌치 커넥션>의 제작자 필립 디안토니는 뉴욕의 게이 문화가 활발한 곳을 토대로 표현하자는 전제로 제럴드 워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윌리엄 프레드킨에게 이야기했다. 윌리엄 프레드킨은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만들자고 제안 받았을 때 그리 크게 관심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디안토니는 이 영화의 감독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도 제안을 해보았으나 그 역시 거절했다. 그 후 몇 년 뒤, 현재로도 제작자 활동을 하고 있는 제리 바인스텁이 이 작품 제작의 판권을 사들여 프레드킨에게 제안해보았으나 여전히 그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허나 프레드킨은 마음을 바꾸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가 당시 미해결 연쇄 살인 등의 미스터리한 사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실제 1970년대 게이 바 주변에서 일어난 미해결 살인 사건의 내용을 자주 다룬 신문 Viliage Voice의 기고가인 아서 벨의 기사 바탕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1980년에 등장한 <광란자>는 한글 제목에서 매우 적대적인 느낌을 풍기는 형사물이다.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추적'이란 단어보다도 본 제목의 '떠돌아다니다'는 뜻에서 묘사되는 '관찰'이라는 단어가 더욱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근 10년 사이에 등장한 형사물 <더티 해리>나 <프렌치 커넥션>과 같은 영화는 형사의 입장이 두드러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광란자> 이보다는 훨씬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 혐오스럽고, 적나라하고 대담한 영화는 크게 과소평가 받아지고 있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그가 관객으로 하여금 전달하려는 것 보다 이미 시각적으로 보여준 충격의 비중이 더 강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영화는 당시의 게이 문화의 혐오감과 살인의 복합된 요소와 그 사건과 단서를 쥐어야 하는 한 형사, 그러나 잠복 과정중에 드러나는 자극의 장면의 바탕으로 관객의 심정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아마 윌리엄 프레드킨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떠올리거나 집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번 참여하기 시작한 그 작품에 관심사에 많은 신경을 끼얹는 것이 확실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수 많은 작품에는 냉철하고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거나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관객을 위한 현실성 없는 전개 및 결말'같은 점을 절대로 참고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놀라운 장점은 바로 사건 전개만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알 파치노가 점점 게이 문화에 깊숙하게 관찰할 수록 심각한 정신적 고뇌에 빠지게 되는 장면 하나 하나를 모두에게 주목시킨다. 결말 역시 사람들은 쉽게 조롱시킨다. 실제로 프레드킨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실존 형사 중 한 명을 모델로 알 파치노가 연기한 캐릭터로 구현시켰으며, 그 이전 작품인 <프렌치 커넥션>과 <엑소시스트>의 방식을 토대로 이 영화에 전면적인 촬영을 해냈다. <광란자>는 개봉 당시 실제 동성애자 인권 협회 측에서 거세게 반대할 정도로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으며, 초기 판정 등급이 X 등급으로 설정되기도 했다. 결국 만들어진 이 맹독적인 작품은 크게 성공했으며, 이 작품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윌리엄 프레드킨이 자신이 한 번 관심을 기울인 분야에 대해서는 (이미 자기 자신이 유도한 부분일지라도) 주변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을 정도로 과감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려주게 된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