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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스턴 교살자 (The Boston Strangler, 1968)

 마지막에 말한 것 처럼 당시 사회적 부조리의 인지나 법으로 둘러싼 사회적 책임의 문제성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기는 했지만 그런 인식이 만만치는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영화는 닫히고야 만다. <보스턴 교살범>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리처드 플레이셔의 작품이다.
 나는 리처드 플레이셔의 작품을 이 영화 외에는 아직 접한 적은 없다. 찰스 브론슨의 <마제스틱>이나 <레드 소냐>등 다양한 장르를 걸쳐 만든 적지 않는 그는 이미 작품의 명성만 봐도 알 만하다. 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보스턴 교살범>의 특징은 화면 편집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가 범죄라는 점에서 흥미를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그는 어떻게 해야 더욱 사실적이거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 치중했던 나머지 영화는 다소 사실보다는 말도 안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전개시켰다. 


 영화는 시작부터 중반까지 범인의 행동 양식이나 흔적들이 대사로 설명되기도 하고 절대로 영상을 통해 범죄 장면을 재생시켜주지 않는다. 범인의 모습은 그의 일인칭 시점 혹은 범인의 신발 모습이나 옷 차림 뿐 전혀 알 수 없는 사각의 시야로 힌트만을 줄 뿐이다. 대신 주로 경찰과 형사, 그리고 전문가의 대화로서 수사 과정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빈번히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형식이다. 사건 해결의 실타래가 풀릴 때 쯔음에 영화는 관객에게 모든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거의 확실한 상황으로 입증시키려고 한 뒤, 실제 범인인 앨런 드 살보의 정신적인 문제를 조금 더 입체적인 시야로 보여주는데 더욱 초점을 둔다. 이후의 장면에서는 그의 대사와 함께 영상미가 돋보이는데 앨런 드 살보는 기억을 되새기며 자신이 했던 짓을 설명으로서 천천히 재생시킨다. 이 시퀀스는 상당히 흥미로움을 유발시킨다. 앨런 드 살보는 자신이 했던 일을 주마등처럼 보여주면서 기억하도록 애쓴다. 그다지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기에는 무리는 있지만 기억의 환상 속에서 자신에게 심문하는 형사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모습도 함께 하는, 현실과 기억의 혼동 그리고 최면 요법 혹은 다소 설명하는데는 무리가 있는 당황스러운 방법을 통해 납득시키려는 효과 또한 이 영화의 흥미 요소이다. 덧붙여 관객을 포함한 배우 마저도 멍하게 만드는 결말은 미스테릭한 열린 결말이다. 영화를 벗어난 진정한 실제만이 그 결말을 알려주기는 하나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영화는 저때나, 현재나 다름 없는 진리를 서술하고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보스턴 교살범>은 1960년 <싸이코> 이후 범죄 영화의 심리적 구조에 더불어 여러가지 시도가 선보인 리처드 플레이셔의 걸작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후에 당신이 이 영화를 직접적으로 다시 경험하지 않았을 때라도, 이 영화에 대해 기억만으로 되새기기 시작할 때는 매우 흥미롭고 다시 볼만 한 영화로 짐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