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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 5원소 (The Fifth Element, 1997)

그럴려니하고 봐었던 작품이었는데 요즘 들어 자주 방송된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는 소위 존 맥클레인의 미래판 <다이 하드>라든가로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불려지곤 하는 것 같다. 재미는 있었지만 뤽 베송이라고 생각하면 약간은 위화감이 도는 영화다.
 <제 5원소>는 뤽 베송이 16살 때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알려져있다. 이미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부터 만들어지기를 뤽 베송은 각오 했었던 것 같았다. 뤽 베송이 당 1994년, 레옹을 찍고 있었을 때는 만화가 장-끌로드 메찌에르를 영화 속 디자이너로 고용했다고 한다. 메찌에르의 작품 <힘의 순환> 이라는 공상 과학 만화에서 비롯된 것은 확연하다. 지금 보았을 때는 그리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이 영화에 대하여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주인공이 차 속에 떨어지기도 하고, 인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헤어스타일이나 외계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떠올리곤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가 알려진 당시에는 흥미도나 몰입도정도는 뤽 베송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러나 앞서 말했 듯 뤽 베송이 16살 때 완성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유치하다고 놀림받았다고 했다. 유치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결말 요소였다. 어떻게 보면 뤽 베송이 요즘 들어 <아더와 미니모이>시리즈에 심취하는 것을 보면 애니매이션이나 어드벤처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 같다. 


<제 5원소>는 캐스팅의 크기가 막강했는데, <레옹>에서의 악역 배우 게리 올드만이 이 영화에서 역시 매력적인 악당으로 등장하고, 계속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던 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말 많은 크리스 터커도 있었고 가장 눈에 띄는 액션 씬을 보여준 밀라 요보비치만 봐도 이 영화에서 등장한 배우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만큼 액션씬도 화려했다. 그러나 이런 캐스팅에 비했을 때는 재미는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전개 방식이 유치하고 심지어 가장 나쁜 악당인 조르그 (올드만)과 코벤 댈러스(윌리스)는 주인공과 주인공 악당이라는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영화 내에서 한번도 마주치지 않고 끝난다. 특히 액션 씬은 코미디 액션 영화같기도 해서 어떻게보면 상당히 유치하다고 하다는건 틀리지 않는 말인 것이다.

 그로써 이 영화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었다. 전 작품 <니키타>와 <레옹>처럼 할리우드의 망상은 뤽 베송의 무모한 시도 (어찌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를 그 누가 알아봐주겠거니 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결정적으로 재정적인 면만 비추었을 때, 실제 투자 금액에 비해 영화는 싼티 나는 것처럼 제작되었을 뿐더러 역시 만화의 아이디어를 착안했다는 점에서였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이 작품의 스케일은 80년대 SF 수준보다 약간 못 미치거나 비슷하다는 거다.
 하지만 이 작품처럼 기승전결이 깔끔한 영화는 드물기도 하다. 이미 그 결말을 기억하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민망해서 소름 돋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만큼 단순하고 시간 보내기 좋으니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