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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피드 (Speed, 1994)

 얀 드봉의 <스피드>의 결말은 그다지 화끈하지 못하다. 영화 속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던버스 속에서의 숨막히는 혈투는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키는데 최선을 다했으며, 그곳에서 영화가 문을 내려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스피드>라는 개념을 살렸을 때 이 영화의 대단원은 깔끔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수차례나 등장했던 지하철 액션 영화 등을 떠올리면서 마지막 혈투를 보고있노라 하면 오히려 여태까지 쌓였던 체증이 허무하게 가라 앉는 기분은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그 아무리 악당이 데니스 호퍼라 할지라도.

 이탈리아 출신 감독 얀 드봉은 그 이전부터 수 많은 액션 작품들에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1990년 존 맥티어넌이 <다이 하드>를 제작할 때 고용한 촬영 감독이 바로 그였는데, 존 맥티어넌은 바로 속도감 있는 액션씬을 만들기 위해서 그를 고용한 것이다. 이처럼 얀 드봉은 속도적인 감각에서 어떻게해야 사람들을 영화에 빠뜨리게 만들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다. <스피드>는 <다이하드>이후 6년 뒤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가 직접 감독을 했다는 차원에서 얀 드봉이 얼마나 액션 영화에 감각이 뛰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구성적인 면에서 적의 허를 찌를 만큼 탄탄한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관객들은 주인공 잭 트래븐(키아누 리브스)의 기지로 하워드 페인(데니스 호퍼)를 노하게 만드는 순간은 단연 통쾌하다. 하워드 페인이라는 인물의 성격이 극단적인 악당의 성격이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이 설치한 무대를 즐기는 듯했기에 사람들은 데니스 호퍼의 연기 방식을 기초로삼아 하워드 페인을 열렬히 지지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단점은 만화같은 대사와 연기 영화의 마지막 15분이다.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배우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기가 어색하고 유치했다. 1994년이라는 점을 비추어보자면 1년 뒤에 나온 존 맥티아넌의 <다이 하드 3>를 보라. 이 작품만에서라도, 당신은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력을 의심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하워드 페인을 연기한 데니스 호퍼의 행동은 악역스럽다기 보다는 악동스러움에 그친 것 같았다 . 그 전후로 유명했던 <다이 하드>의 익살스러운 존 맥클래인이나 <트루 라이즈>의 과감한 스케일과 비교해서 액션 영화라는 요소만을 따지자면 스케일은 어느 정도 훌륭했지만 어딘가 마지막은 카메라와 플롯이 지친듯한 느낌을 거의 드러놓은 상태로 표현한다. 한편 더 열린 시각에서 영화를 보려고 해도 어느새 테러리즘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는 어느새 한물갔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해서 나 자신에 대해 유감스러운 뿐이다.